한국 온라인게임, 日에 우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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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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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게임 천국’서 선전… 상위 10개중 7개가 한국산
선두 넥슨재팬 작년 매출 100억엔-회원수 1000만 돌파

“8년 전에는 일본 게임업계에서 자리조차 잡지 못해 좌절도 많이 했지만 이제야 성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15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오차노미즈(お茶の水)의 한 회의실에선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의 일본 법인인 ‘넥슨재팬’의 2009년 성과 발표가 있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 엔. 회원은 1000만 명을 넘었다. 일본법인 설립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해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의 일본 버전 ‘아라도전기’ 등이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넥슨은 해외법인 매출을 포함해 약 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게임(6400억 원)과 엔씨소프트(6300억 원)를 제치고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넥슨재팬의 최승우 대표(42)는 “해외시장 중에서도 일본은 장기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 비디오게임 강국에 진출한 한국 온라인게임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PC방 사업이 각광을 받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았다. 초고속인터넷도 없었고 온라인에서 컴퓨터로 누군가와 ‘대전’한다는 것이 일본인들에겐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200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8년 일본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게임 분야는 온라인게임(3.1%)이다.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콘솔게임은 각각 27.7%, 22.9% 하락했다. ‘아이온’ ‘리니지’ 등을 일본에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69억800만 엔(약 881억2700만 원)으로 2008년에 비해 78% 올랐다. 일본 차트 조사기관인 ‘오리콘’의 ‘지난해 인기 온라인게임’ 차트에서는 상위 10개 중 7개가 한국 게임이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는 총 13개로 80개 이상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아직은 비디오콘솔게임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빠른 성장세가 주목된다. 넥슨은 대표 게임인 ‘메이플 스토리’를 알리기 위해 롯데와 함께 캐릭터 껌을 만들었고 애니메이션 업체와 만화도 제작했다. 이달 14일에는 지바 롯데 구단과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일본의 비디오콘솔과 아케이드게임 업계도 최근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어 정체된 분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게임센터를 랜(LAN) 선으로 연결해 어디서든 상대방과 온라인으로 대결할 수 있게 했다. 또 국내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처럼 한꺼번에 여러 명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온라인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미국 유럽 등 온라인게임이 강세인 곳의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하며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는 환율의 영향도 있다. 엔고가 지속되면서 같은 아이템을 팔아도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다는 것. 또 ‘정액제’나 ‘패키지 요금’ 등 한 번에 요금을 지급하는 데 익숙했던 일본인들에게 최근 온라인게임의 특징인 ‘아이템 과금제’가 자리를 잡으며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이 없어졌다.

특히 최근 대만 게임의 강세가 눈에 띈다. 대만은 예전부터 일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라 대만이 만든 게임도 일본인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갖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에 개발된 게임들을 일본에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일본인의 눈높이에 맞춘 온라인게임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넥슨재팬의 박지원 실장은 “아기자기함이나 단순함 등 일본 비디오콘솔게임에 나타난 장점들을 온라인게임에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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