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델도… “모바일 퍼스트” 전력투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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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0’ 특징은

中업체도 안드로이드 탑재폰 전시
“하드웨어 경쟁 끝나고 OS전쟁 시작”
커뮤니케이션 통합SW 대거 선보여


“우리는 지금 모바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 구글의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선언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줬다. 16일(현지 시간) MWC 전시장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 회장은 휴대전화로 구글 검색을 하고 구글 지도를 통해 음식점 정보를 얻는 모습을 보여줬다. 컴퓨터를 점령했던 인터넷기업이 모바일의 세계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델과 에이서 등 세계적인 컴퓨터업체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전통적으로는 ‘모바일 비즈니스’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회사들이지만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당당히 전시장의 중심부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WC의 주인공은 터치스크린과 날렵한 디자인으로 포장된 휴대전화를 선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와 3위 LG전자가 전시를 포기했다. 그 자리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파고들었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이 행사를 가리켜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MWC에 등장한 소프트웨어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의 행동 패턴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소니에릭손은 전략폰 ‘엑스페리아 X10’을 통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문자메시지, e메일 등 사용자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기록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열고 닫는 대신 같은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나 사진을 한곳에서 통합해 보도록 한 것이다. 이는 모토로라가 지난해 선보였던 ‘모토블러’라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모토로라도 새 스마트폰 ‘퀜치’를 통해 이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MS가 선보인 ‘윈도폰 7’ 운영체제(OS) 역시 이런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관심은…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 행사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최지성 사장(오른쪽)이 최 위원장에게 이번에 처음 공개한 스마트폰 ‘웨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최시중 방통위원장 관심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 행사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최지성 사장(오른쪽)이 최 위원장에게 이번에 처음 공개한 스마트폰 ‘웨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국내 업체도 소프트웨어 기능 강화에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새 스마트폰 OS ‘바다’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이런 제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셜 허브(Social Hub)’라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관리기능을 공개했다. 비록 전시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LG전자도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에어싱크’ 기능 등 기계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콘퍼런스 등을 통해 소개했다.

○ 하드웨어의 한계


이렇게 달라진 분위기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차별화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올해 MWC에 공개된 각 회사의 전략폰들은 1GHz 중앙처리장치(CPU), 터치스크린,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질 등 이른바 ‘스펙’에 있어서 대동소이하다. 이 때문에 가격이 아니면 기기 자체로서 차별화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발표되면서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걱정 없이 기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을 만들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델과 에이서 등 컴퓨터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에 쉽게 뛰어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대거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업체였다. 한때 ‘첨단기술의 집약상품’이던 스마트폰이 어느새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제품(commodity)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특히 그동안 제조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던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 모바일솔루션센터 이호수 부사장은 “사내 선배들부터 소프트웨어 중심주의로 많이 바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6일 오후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만나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링크 네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는 선진국과 제조기술에서 한국을 따라오는 개발도상국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 위원장은 외국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방문한 뒤 “우리 전자·통신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이자 숨 막히는 경쟁자”라고 말했다.
■ 전시 부스는 없지만 더 바쁜 한국 기업들
LG, 물밑으로 사업협상 실속 챙기기
KT, 연일 뉴스 터뜨리며 경쟁력 홍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바쁘게 움직인 국내 업체들이 있다. 바로 LG전자와 KT다. 특히 올해 LG전자의 불참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와 함께 참여해 경쟁을 벌인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 길거리 마케팅LG전자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식부스는 마련하지 않았지만 현지 외국인들을 동원해 터치폰 ‘미니’의 길거리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 길거리 마케팅
LG전자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식부스는 마련하지 않았지만 현지 외국인들을 동원해 터치폰 ‘미니’의 길거리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사진 제공 LG전자
“중국 업체들이 전시장에 내놓은 휴대전화 기술을 베낀다”는 것이 겉으로 밝힌 이유였다. “전시회에 내놓을 전략폰이 없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모습을 아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에 이어 MWC 2010의 공식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고 곧 선보일 터치폰 ‘미니’에 대한 현장 마케팅도 하고 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현장에서 하루 15건 이상의 빡빡한 사업 미팅을 소화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MWC 행사장에서 만난 안 사장은 “전시를 통해 발생하는 낭비를 줄이고 조용히 물밑작업을 해 실속을 차리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앞으로 MWC는 전시가 아닌 사업 미팅의 장으로 변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LG전자는 전시회에 부스를 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안 사장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3개와 일반폰·스마트폰 기능을 섞은 하이브리드폰 ‘맥스’ 등 올해 상반기(1∼6월)에 공개할 주요 제품 4종을 선보였다. 안 사장은 “9월경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7을 내장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독자 운영체제(OS)인 ‘바다’를 내놓은 것과 달리 독자 플랫폼 개발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우리의 적은 삼성전자가 아니다”라며 ”차분하게 우리 방식대로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소개했다.

KT 역시 전시에 참가하지 않아도 바쁘게 움직이며 계속해서 MWC발(發) 뉴스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사 24곳과 함께 글로벌 표준이 되는 ‘슈퍼 앱스토어’를 만들겠다는 뉴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함께 ‘임베디드 모바일 글로벌 어워드’ 최우수상 수상 등의 소식을 하루 간격으로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KT 표현명 기업고객부문 사장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우리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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