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피처링… 노래 주인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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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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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꾸며주는 ‘양념’ 벗어나
일부는 원래 가수보다 더 주목
‘인기가수 참여’ 마케팅 활용도

‘우리 지금 만나(만나)/당장 만나(당장 만나)/우리 지금 만나(만나)/당장 만나(당장 만나)/휴대전화 너머로 짓고 있을 너의 표정을 나는 몰라….’

힙합듀오 리쌍의 6집 앨범에 수록된 두 번째 타이틀곡 ‘우리 지금 만나’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이 어우러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곡을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로 오해하는 팬도 많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피처링을 맡은 ‘손님’이지만 이 곡을 직접 작곡했고 노래 길이 3분 30초 중 1분 20여 초 동안 노래를 했다.

회사원 김승경 씨(27·여)는 “장기하의 개성 있는 보컬이 두드러져서 당연히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인 줄 알았는데 음반을 구입하려고 보니 리쌍 노래였다”고 말했다.

○ 피처링 찾는 래퍼들

피처링은 다른 가수의 노래나 연주를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멜론의 주간(7∼13일) 가요 차트에서 상위 100곡 가운데 피처링이 포함된 곡이 22곡일 정도로 피처링은 가요계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피처링이 노래를 꾸며주는 ‘양념’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원래 가수보다 피처링 가수가 더욱 주목받는 주객전도(主客顚倒)형 피처링도 많다. 주로 래퍼들이 랩만으로는 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보니 멜로디를 삽입하면서 보컬을 다른 가수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언뜻 들어서는 어느 가수의 노래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근 발매된 힙합 듀오 언터쳐블의 ‘가슴에 살아’는 노래 길이 3분 47초 가운데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나르샤의 보컬 피처링이 1분 50초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나온 래퍼 김진표의 미니앨범은 5개 수록곡 모두 다른 가수들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앨범에 포함된 ‘로맨틱 겨울’은 노래 길이 4분 동안 SG워너비의 김진호가 노래하는 부분이 1분 12초에 달한다.

음악평론가 박준흠 씨는 “피처링의 목적은 음악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른 가수를 통해 보완하는 것인데 요즘에는 유명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 무대에 피처링 가수 함께 오르기 힘들어

힙합 듀오 마이티마우스는 2008년 윤은혜가 피처링한 데뷔곡 ‘사랑해’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에 발표한 앨범에도 손담비, 한예슬, 인순이, 원더걸스의 선예 같은 유명 여성 연예인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MC몽도 발표하는 앨범마다 SG워너비, 조성모, 김태우 등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리쌍의 멤버 개리는 “색깔이 다른 뮤지션들이 참여해 더욱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곡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피처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자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피처링을 해 준 가수가 콘서트 무대나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까지 함께 출연하기는 힘들다. 무대 위에서는 다른 가수나 코러스가 피처링을 대신하거나 피처링 부분에서는 CD를 틀어 놓기도 해 원곡의 맛이 떨어지기도 한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피처링은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조 개념”이라며 “특히 신인가수는 인기 가수의 피처링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본인의 기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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