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2년… 오늘 복원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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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소나무-철-기와… 전통재료 쓰고

목수-석수, 정-대패로 옛 손맛 재연

《“돌은 경기 포천 채석장과 서울 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소나무는 전국 각지에서, 철은 포스코가 만든 조선시대 철성분의 철덩어리로…. 그러나 기와는 고민 중.”

숭례문 화재 발생 2년을 맞은 10일 오전 10시 숭례문 복원 착공식이 열린다. 이번 복원공사에서는 불에 탄 2층짜리 목조누각뿐만 아니라 일제가 헐어냈던 숭례문 좌우의 성곽 일부도 되살린다. 복원공사는 누각의 부재 해체-부재 실측 및 재사용 여부 판단-성벽 복원-목조누각 조립-기와 올리기-단청-현판 걸기 순으로 2012년 마무리된다.

이번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돌, 나무, 철, 기와. 돌은 성벽에, 나무는 누각에, 철은 각종 못과 대문 장식물에, 기와는 지붕에 사용된다. 기와와 철은 전통방식으로 제작하고 나무와 돌을 다듬는 데도 현대식 전동도구가 아닌 전통도구를 사용한다. 전기톱 대신 도끼나 내림톱을 쓰고, 대패 큰자귀 등으로 목재를 다듬는다. 장인은 물론 인부들도 한복을 입고 일한다.》
숭례문의 목조 누각 복원에 사용할 대형 소나무들. 충청 강원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것을 서울 경복궁에서 건조하고 있다(왼쪽). 숭례문 좌우의 성곽 복원에 사용할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센터 주차장 석축의 돌은 조사 결과 인근 서울성곽의 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명 기자·이훈구 기자
숭례문의 목조 누각 복원에 사용할 대형 소나무들. 충청 강원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것을 서울 경복궁에서 건조하고 있다(왼쪽). 숭례문 좌우의 성곽 복원에 사용할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센터 주차장 석축의 돌은 조사 결과 인근 서울성곽의 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명 기자·이훈구 기자
[돌] 옛 석축 등 사용… 메-정-도드락망치로 4499개 다듬기로

숭례문이 한양 도성의 정문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좌우로 성벽을 복원한다. 높이 9.5m, 서쪽으로 16m, 동쪽으로 88m. 여기에 필요한 돌은 4499개. 대규격 앞면(1230×610mm) 354개, 중규격(920×460mm) 590개, 소규격(210×300mm) 3555개다. 이 구간의 성곽은 남산이나 낙산의 화강암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성분이 가장 비슷한 포천 지역의 화강암을 채취해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 아래 자유센터 주차장 석축의 돌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석축에 사용된 돌의 크기와 성분, 풍화 정도를 정밀 조사한 결과 한양도성 성곽의 돌로 밝혀졌기 때문. 1960년대 자유센터를 건립하면서 인근 성곽 돌을 가져다 지은 것이다. 이 축대는 높이 2.95m에 길이 100m 정도로, 소규격 크기의 돌 600여 개가 있다. 포천에서 가져오는 새로운 화강암 돌의 표면을 옛것처럼 누렇게 변색시킬 것이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옛날의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재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돌다듬기 작업은 메, 정, 망치, 도드락망치 등 전통공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소나무] 삼척 금강송 10그루-전국 기증 500그루 등 2만4000재 건조중

숭례문 문루에 사용된 소나무는 13만1000재(才·1재는 3×3×360cm). 이 가운데 약 36%인 4만7600재가 화재로 불탔다. 불탄 것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제외하면 현재 필요한 것은 대략 3만2000재. 문화재청은 강원 삼척시에서 벌목한 금강송 10그루, 국민이 기증한 500여 그루 등 총 2만4000재의 소나무를 확보해 경복궁에서 말리고 있다. 기증 소나무는 충남 태안 서천 보령, 경북 영덕, 강원 강릉 평창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것이다.
[철] 공사현장 대장간서 연장-대문 장식물 등 만들어 사용

철은 서까래와 추녀를 고정시키는 못이나 문의 장식물 및 연장도구(망치 정 톱 등)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문화재청은 포스코에 의뢰해 조선시대 철 성분 그대로 철괴(철덩어리)를 만들어 공사현장의 대장간에서 철물과 연장을 만들기로 했다. 요즘 철물보다 조선시대 철물이 녹이 덜 슬기 때문. 숭례문복구단의 이정연 사무관은 “2층 누각을 완전히 해체한 뒤에나 필요한 철물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와] 총 3만장 소요… 제와장 인간문화재에 제작 의뢰

숭례문엔 암키와 수키와 암막새 수막새 등 총 3만 장의 기와가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우선 제와장(製瓦匠) 인간문화재에게 의뢰해 전통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전통 기와는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도가 다소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의 현대식 기와는 옛 기와보다 1.5배 무겁지만 강도가 높다. 문화재청의 김창준 문화재보존국장은 “전통방식뿐만 아니라 품질도 중요하다”며 “전통을 살리되 현대적 방식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동영상] 2년 만에 열린 숭례문 복구 공사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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