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벤처]<下>연구소 넘어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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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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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녹색기술로 中 바다 ‘푸르게’

한국바이오시스템 해외진출
오폐수 측정 ‘환경지킴이’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항저우(杭州)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남짓 거리에 있는 저장(浙江) 성 하이닝(海寧) 시. 인구가 70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에는 중국에서 제일 큰 피혁단지가 들어서 있다. 그만큼 오폐수도 많이 나온다. 2007년 완공된 하이닝 하수처리장에서는 매일 물 15만 t을 정수해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 ‘전자 미생물’로 독성물질 감지

한 하수 유입구에 다가가 보니 생물감지경보장치 1대가 설치돼 있다. 한국의 환경벤처인 한국바이오시스템이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설치한 것으로 가격은 5만 달러(5800만 원) 수준이다. 이 장치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전자를 내놓는 미생물인 ‘시와넬라’를 이용해 납, 카드뮴, 농약성분 등 독극물의 유입 여부를 바로 판별한다.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온 오폐수에 독극물이 섞여 있으면 장치 안에 사는 시와넬라의 활동이 급격히 떨어진다. 발생하는 전기량도 줄어든다. 평소보다 전기량이 60∼80% 감소하면 독극물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해 경보가 울린다. 판성카이(潘盛開) 하수처리장 관리장은 “한국바이오시스템의 장치는 발광미생물을 쓰는 외국제품과 비교해 정확도나 속도가 비슷하면서도 미생물 교체주기가 훨씬 긴 7년이어서 유지비는 1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책연구소 저장성환경보호과학설계연구원 진준(金均) 부원장은 “저장 성 내 여러 곳에 이 장치를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닝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판성카이 관리장이 한국바이오시스템의 생물감지경보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이닝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판성카이 관리장이 한국바이오시스템의 생물감지경보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시스템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소 벤처 1호 기업으로 1999년 설립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수질환경 측정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41개 원천 특허를 갖고 있다. 현문식 대표는 “연구소에 있을 때 시와넬라 미생물을 발견한 후 상용화가 빨라 보이는 바이오센서로 활용하기로 했다”며 “현장조사를 해보니 물벼룩 등을 쓰는 해외 업체의 측정기기는 정확도가 낮고 국내 업체는 전무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기계연 특허기술 3개 지원받아

한국의 대표 연구단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도 실험실 벤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량엔진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템스도 그중 하나다. 2000년 설립된 템스는 2006년 12월 한국기계연구원의 특허기술 세 가지를 지원받아 ‘연구소 기업’으로 변모했다. 연구소 기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출자해 민간과 공동으로 세운 기업을 말한다. 이 기업은 이미 연구소기업을 졸업하고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계연의 기술을 바탕으로 템스가 개발한 혼소엔진시스템은 기존의 디젤엔진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장치를 덧단 것이다. 디젤 15%와 LNG 85%를 섞은 연료를 사용한다. 디젤의 고출력을 유지하면서도 공해물질을 적게 내뿜는다. 두 연료의 좋은 점만 모아놓은 친환경 하이브리드 엔진인 셈이다. 실제로 디젤만 쓸 때보다 연료비를 10% 아낄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 매연 배출량은 7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 회사는 국토해양부와 함께 올해 2월부터 화물차 2000대에 혼소엔진시스템을 달 계획이다. 비용은 대당 2000만 원 수준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이종우 신기술창업보육센터장은 “요즘에는 연구소에서도 기술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산업화를 생각하는 기관연계형 기술사업화(R&DB)가 인기”라며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이 산업 쪽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면 기술 개발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항저우=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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