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는 나의 힘!… 무엇을 읽고 봐도 항상 ‘왜’를 따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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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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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장학퀴즈 7연승 ‘지존’ 방기원 군

독서, 양보다 질… 한권을 읽어도 차근차근 완벽하게
신문은 시사상식의 보물창고… 중1 때부터 정독

EBS 장학퀴즈에서 7연승을 달성하고 ‘퀴즈지존’ 자리에 오른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 3학년 방기원 군. 그는 ‘보고→묻고→경험하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시사상식을 자신의 ‘힘’으로 만든다.
EBS 장학퀴즈에서 7연승을 달성하고 ‘퀴즈지존’ 자리에 오른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 3학년 방기원 군. 그는 ‘보고→묻고→경험하는’ 3단계 과정을 통해 시사상식을 자신의 ‘힘’으로 만든다.
《“대망의 7연승 도전! 첫 번째 문제, 첫 번째 힌트입니다. 1월의 강. 두 번째 힌트, 거대 예수상.”(진행자)

‘거대 예수상이라면 최근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그래! 2016년 하계 올림픽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한다는 뉴스가 나왔지. 그런데 리우데자네이루와 1월의 강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스페인어로 1월이 ‘에네로’이긴 한데. 아, 수업시간 때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비슷하다고 배웠으니까 혹시…?’

“답은 리우데자네이루입니다.”(방기원 군)

“리우데자네이루라고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긴가요? 리우데자네이루, 정답입니다!”(진행자)》

EBS 장학퀴즈에서 7연승을 달성하고 ‘퀴즈지존’ 자리에 오른 한국외국어대부속 용인외고 3학년 국제반 방기원 군(19·사진). 퀴즈지존이 탄생한 건 역대 두 번째, 지난해 5월 부산 성도고 성정민 군이 첫 번째로 퀴즈지존 자리에 오른 뒤 34주 만이다.

퀴즈지존이 된 비결에 대해 방 군은 ‘생각하면서 독서하는 습관’과 ‘체험을 통해 익힌 시사상식’을 꼽았다. 그는 “퀴즈대회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볼 때도 시사상식이 나만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SAT에서 2400점 만점에 2230점을 받은 방 군은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에 지원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시사상식은 단순히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아니다. 한 가지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면 ‘보고→묻고→경험하는’ 3단계 과정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결과다. 시사상식을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방 군의 시사상식 쌓기 노하우를 살펴보자.

방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독서를 통해 처음 시사상식을 접했다. 그가 맨 처음 접한 책은 다름 아닌 만화책.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신라왕조 1000년’과 ‘고려왕조 500년’이란 역사 만화책을 사오셨어요. 옛날에 어떤 정책을 시행하거나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설명이 그림이랑 같이 있으니까 이해가 쉽게 되더라고요. 정확한 횟수는 세지 않았지만 같은 책을 적어도 200번은 넘게 봤을걸요?”

이후에도 ‘그림으로 된 위인전기’나 ‘최신컬러학습대백과’처럼 그림이나 사진이 실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었다. 재미있게 이해하며 읽은 내용은 기억에 오래 남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방 군은 “중학교에 올라가자 국사 같은 사회과목에서 책에서 봤던 내용이 많이 나왔다”면서 “배경지식을 재미있게 이해했더니 문제에서 생소한 단어가 나와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 군은 ‘일주일에 네 권’처럼 일정한 독서량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단 ‘한 권을 완벽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단어 하나, 한 문장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고 넘어가야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관련 지식을 ‘확장’시키는 자기만의 습관이 생겼다.

“만약에 어떤 책에서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는데’라는 문장이 나왔어요. 그러면 저는 이걸 보고 ‘아,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뉴턴이 왕립학회 회장을 지냈다는 내용이 있었어. 그리고 뉴턴이 발견한 운동법칙을 정리해 놓은 책이 프린키피아였지’라는 생각을 연결해요. 그러면서 뉴턴과 관련한 또 다른 지식을 추가하는 거죠.”

방 군은 가장 어려웠던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꼽았다. 어려운 책은 한 번에 끝까지 읽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잠시 책을 덮어두고 머리를 식히다가 읽고 싶을 때 다시 읽는다.

중학교 때부터는 독서와 함께 신문을 통해 시사상식을 쌓았다. 처음에는 신문을 뒤에서부터 봤다. 자칫 흥미를 잃기 쉬운 신문읽기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서다. TV 편성표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니 칼럼, 사회면을 거쳐 어느새 정치와 경제 관련 뉴스도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 방 군의 신문 읽기에는 ‘물음표로 끝나는 제목의 기사는 무조건 본다’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사회적으로 아직 논의 중인 이슈는 생각할 거리가 많고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스크랩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하지만 뉴스에 대해 ‘왜?’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만의 습관으로 만들었어요. 이런 습관은 지식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능력을 만들어줬어요.”

방 군의 시사상식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마치 세포처럼 ‘몸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한 번도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는 방 군. 그 대신 그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꿈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으로 방 군은 2008년 ‘한일고교생 교류캠프’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한 것과 지난해 ‘하버드대 아시아-국제관계네트워크 세계대학생 콘퍼런스’에 참여한 것을 꼽았다.

‘한일고교생 교류캠프’에서는 주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사업 아이템을 설정하고,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활동을 했다. 방 군이 소속된 조의 주제는 ‘음식’. 시사상식이 바탕이 된 방 군의 아이디어는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방 군은 “평소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문구를 보면서 국가브랜드를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면서 “양국의 국가브랜드를 카페에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스폰서를 받자는 아이디어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버드대 아시아-국제관계네트워크 세계대학생 콘퍼런스’에 방 군이 고등학생 신분으론 유일하게 참여하게 된 것도 그가 제출한 에세이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에세이 주제는 ‘아시아 지도자의 리더십’. 방 군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평소 뉴스와 신문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방 군의 꿈은 동아시아학 분야를 공부하는 학자가 되는 것. 동아시아의 정치, 안보 같은 주제를 연구하고 특정 국가나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민국의 퀴즈지존은 이제 세계로 나가기 위한 도약을 시작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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