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파업 매출손실 1조 넘길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7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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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18~22일 전 공장에서 주·야간 각각 4~6시간씩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주까지 공장을 돌아가며 주야 2시간씩 순환파업을 벌였으나 18일부터는 전 공장에서 주야 4~6시간씩 파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벌여온 기아차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한 파업 손실액이 이번 주 중 1조 원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측은 17일 "파업 손실액 1조 원은 기아차 노조가 20년 동안 연속 파업을 벌인 중에서 역대 최대이며, 지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해 벌인 11차례의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이 이미 8500억 원을 넘어섰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5월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시작했으나 해가 지나도록 진전 없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가 해를 넘겨 임금협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자동차업계에서 20년 연속 파업이 벌어진 것도 기아차가 처음이다.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고, 쌍용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파업 이후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하는 등 다른 자동차회사 노사가 '화해 무드'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기아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가 강성 노조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 노선의 노조가 들어선 현대차에서는 노사가 지난해 성과급으로 기본급 300%에 일시금 500만 원, 무상주 40주 지급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 계열인 기아차 노조가 현대차 노조만큼 성과급을 얻어내지 못하면 조합원들 사이에 "강성 지도부를 뽑아서 얻는 게 뭐냐"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되리라는 것. 이 때문에 기아차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300%에 일시금 460만 원'을 수용하지 못하고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과급은 비슷한 수준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사측도 전에 없이 강경한 분위기다. 무(無) 분규로 임금협상에 타협한 현대차 노조와 지난해 10차례 이상 파업을 벌인 기아차 노조에 대해 비슷한 수준으로 성과급을 주면 앞으로 분규를 막을 길이 없어지는 만큼, 이번에 반드시 두 회사 성과급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태도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협상을 마치며 "성과급 중 100만 원과 무상주 40주 지급은 무분규와 임금 동결에 대한 답례"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급도 그에 걸맞게 달라"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300%+460만 원' 제안도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맞서고 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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