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기후변화 교육’ 의무화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기업 최초 전직원 대상

24일 경남 창원시 성산동 LG전자 창원공장 구내식당에서 LG전자 직원들이 점심 식사 후 남은 음식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24일 경남 창원시 성산동 LG전자 창원공장 구내식당에서 LG전자 직원들이 점심 식사 후 남은 음식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는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LG전자 국내외 직원 8만여 명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협상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매년 1시간씩 받아야 한다. 이달 19일부터 국내 사업장에서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해외 사업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 해외 바이어들의 ‘이상한’ 요구, 왜?

유럽을 중심으로 ‘녹색 무역장벽’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산업계는 온실가스와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정부도 최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는 공세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아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안간힘을 쏟는 이유는 해외 바이어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프나크(FNAC)’는 LG전자에 제품 생산과 소비, 폐기 단계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10여 곳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도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종전에 프나크에 제출한 보고서는 대부분 제품 기능에 대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요구는 꽤 이례적이었다. 프나크는 삼성전자나 파나소닉 등 글로벌 가전사에도 같은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통업체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은 팔지 않겠다는 뜻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종의 ‘무역장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프랑스 통신업체인 ‘오렌지’와 미국 월마트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LG전자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매년 3000만 t씩 줄일 계획이다. 현재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온실가스가 t당 13유로에 계산되는 점을 감안해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LG전자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간 6700억 원을 절감하는 것이다. 2020년이 되면 LG전자는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물량의 약 5%를 줄이게 된다. 신종민 LG전자 환경전략팀장(상무)은 “온실가스는 곧 돈”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강조했다.

○ 공장, 사무실에서 온실가스와의 전쟁

LG전자 직원들은 일상 업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얘기를 질리도록 듣는다. LG전자는 구내식당의 퇴식구 앞에 직원들이 남긴 반찬을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온실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을 갖다 놓았다.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줄이기 행동 강령도 만들었다. 예컨대 해외 출장을 화상회의로 대체, 불가피하게 출장을 가면 국내는 비행기 아닌 철도 이용, 프린터 용지 절약, 야근 및 특근 자제, 컴퓨터 절전모드 설정 등이다.

공장도 예외가 아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에어컨 부품 건조 시 기존에 뜨거운 열을 이용하다 전기를 이용한 진공으로 건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해서 감축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721t. 창원공장은 이 시설에 1억 원을 투자했는데 온실가스를 올해 1억 원 감축해 벌써 본전을 뽑았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LG전자 평택공장은 생산라인의 길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전력이 낮은 제품이나 발광다이오드(LED) TV처럼 저(低)전력 제품을 개발하고, 태양전지와 LED 조명 등 신사업을 벌이는 것도 필수다.

LG전자는 내부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른 업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과도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플라스틱이나 철판이 들어가서 철강 및 석유화학 업체의 부담은 LG전자의 원가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데이터베이스(DB)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해외 바이어가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요구하면, 온실가스를 얼마 감축했다고 계산해야 하는데 제품 한 개를 분석하는 데에 석 달이 걸린다. 세탁기의 경우 부품이 200∼300개에 이르지만, 부품당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DB가 거의 없기 때문에 LG전자 자체적으로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 김진석 환경전략팀 기후변화대응그룹장은 “온실가스 감축에 사활을 걸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각종 제도적 여건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