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320일간 의원활동… 美의회 살아있는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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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 최장 의원직 기록

56년 320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출신 로버트 버드 미국 상원의원(92·민주·사진)의 의원직 수행 일수다. 그는 18일 동이 트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의원직을 수행한 사람이 됐다. 버드 의원은 1953년 1월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웨스트버지니아 주 제6선거구에서 당선된 뒤 6년간 연방하원의원을 지냈고, 이후 50년 동안 상원으로 옮겨 의정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1972년 작고한 칼 헤이든 의원(민주)으로 56년 319일이었다. 햇수로 하원에서 15년, 상원에서 42년 동안 의정활동을 했다.

버드 의원은 임기 6년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내리 9선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며, 상원에서만 1만8582차례 표결에 참석해 이 분야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대통령 11명이 거쳐 갔고 현재 의회 내 최연장자로서 유고 시 대통령직 승계 3순위이다. 1971년부터 6년간 원내총무를, 이후 1977년부터 1989년까지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가난한 석탄 광원의 아들로 태어난 버드 의원은 1942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한 극우단체인 KKK단원으로 활동했으며 흑인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다.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공세강화 전략을 지지했지만 이라크전 개전에는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1964년 6월에는 민권운동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해 장장 14시간 13분에 걸친 연설로 의사진행을 방해(필리버스터)한 기록도 있다. 한편 역대 3위의 장기재직 의원은 미시간 주 출신으로 하원에서만 53년 339일 동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 존 딩걸 의원(83)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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