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동방신기가 J-POP 정상에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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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1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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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한류의 키워드로 꼽히는 주인공은 남성 5인조 아이돌그룹 동방신기다. 동방신기는 일본 가수들의 인기 정도를 가장 정확히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인 오리콘 주간차트에서 지난주 2개 부문 정상을 휩쓸며 J-POP 톱스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최근 일본에선 동방신기가 지난달 30일 발매한 콘서트 실황 DVD '4th LIVE TOUR 2009 ~The Secret Code FINAL in TOKYO DOME'이 첫 주간 17만1000여장이 팔리며 DVD 주간 종합순위 1위에 오른 소식이 큰 화제를 모았다. 아시아 출신 해외가수가 비디오, DVD 등 오리콘 영상부문 종합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과 믹키유천으로 결성된 스페셜 유닛 JEJUNG & YUCHUN이 선보인 싱글 'COLORS ~Melody and Harmony/ Shelter'도 첫 주 14만9363장이 팔리며 1위를 기록했다. 멤버 2명만으로도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일본에서 동방신기의 대중적 인기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일본 열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그들이 외국인으로서 언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J-POP 정상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쟈니즈계 아이돌과 차별화된 매력

일본의 남자 아이돌 마켓은 대형 기획사인 쟈니즈 출신 그룹이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 십년 간 남자 아이돌을 전문적으로 양성해온 쟈니즈는 일본 여성팬의 취향에 가장 부합한 스타들을 선보이며 J-POP을 잠식했다.

아라시 SMAP NEWS 킨키키즈 TOKIO V6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쟈니즈계 그룹은 음반 시장을 비롯해 방송 영화 공연 등 일본 연예계 각 분야의 정상을 독점하다시피 해 왔다. 이 때문에 동방신기가 2005년 첫 싱글 'Stay With Me Tonight'을 내고 J-POP에 데뷔할 당시엔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동방신기는 그러나 쟈니즈계 남자 아이돌에게 익숙해진 일본의 여성 팬을 상대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승부했다.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겸비한 그룹이라는 점이 비결이었다. 이는 보아가 2000년대 초반 일본의 여성 아이돌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비결과도 비슷하다.

쟈니즈 아이돌은 노래 실력보다는 주로 퍼포먼스와 이미지 메이킹, 외모로 여성팬을 사로잡는다. 비음을 많이 사용하고 가창력이 떨어지는 가수가 많은데도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로 엄청난 수의 팬을 확보하며 음반시장에서도 정상을 유지한다.

동방신기는 한국에서 데뷔할 당시부터 '아카펠라 댄스 그룹'을 표방하며 화음과 라이브 실력을 내세웠다. 또 아이돌의 인기에 가장 큰 요소인 댄스 면에서도 힙합 재즈댄스 등 각종 춤에 능숙한 유노윤호를 내세운 동방신기는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다양하지 못한 쟈니즈계 그룹을 압도했다.

외모 면에선 일본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아담하고 마른 체형, 예쁘장한 얼굴의 '꽃미남'을 선호하는 쟈니즈계 그룹과 달리 동방신기는 각 멤버의 개성을 살리는 동시에 큰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등 남성미를 강조했다.

한 단계씩… 정상을 향해 꾸준히 도전

보아는 일본에 데뷔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일찌감치 톱스타로 자리매김을 했다. 2002년 일본에서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LISTEN TO MY HEART'가 100만장 가까이 팔리고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한일 양국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J-POP에 진출한 한국가수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보아는 처음부터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언어 실력과 함께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 감각이 필요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이는 보아가 빠른 시간 안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이었다.

하지만 동방신기는 보아처럼 일본어에 능숙하거나 일본 활동을 중심으로 양성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J-POP 정상에 오르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으로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가 2008년 발매한 16번째 싱글 '퍼플라인' 때였다.

'퍼플라인'이 1위에 오르긴 했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한류 붐에 물든 일본의 아줌마들만 좋아한다' '한국 동방신기 팬들이 일본에서 단체로 음반을 구매해 오리콘 순위를 올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동방신기는 그러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 활동을 병행하면서 차근차근 현지 문화에 적응했다.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무대를 통해 가수로서 자신들의 실력을 알리며 일본 팬들을 확보했다. 보아를 키워낸 일본의 대표적 음반사이자 기획사 AVEX도 동방신기의 이 같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적극 지원했다.

결국 꾸준한 노력과 도전이 낳은 결실은 지난주 오리콘 차트 2개부문 석권과 과거에 비해 확실히 많아진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한 주 동안 DVD 17만장 이상, 싱글 음반 15만장가량을 동시에 팔아 치우면서 동방신기는 이제 J-POP 톱스타로 불릴만한 실력파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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