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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오페라의 유령’이 사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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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오페라의 유령’이 사랑받는 이유

입력 2009-10-01 02:48수정 2009-10-12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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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한국어 공연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 한층 깊이 있는 감상을 요구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제공 클립서비스

크리스틴, 의식-무의식 넘나들며 감동의 입맞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8년 만에 다시 개막했다. 대형 샹들리에가 객석 천장에서 무대로 떨어지고 파리 오페라극장의 지붕과 지하를 관통하면서 펼쳐내는 해럴드 프린스의 무대연출은 역동적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은 밤하늘의 짙은 안개와 그를 뚫고 빛나는 별빛처럼 무대를 감싸면서 신비로운 극적 구조를 쌓아올린다.

이번 공연에서 지난번과 다른 요소는 배우들뿐이다. 그렇다면 배우의 개성과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보는 일밖에 남은 게 없을까. 이 작품이 왜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을까를 고민하다 화려한 볼거리에 감춰진 심층구조를 발견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정신분석학이론이 그대로 투영되는 작품인 동시에 여러 겹의 신화를 겹친 작품이었다. 파리 오페라극장 지하호수에 살면서 지상으로 불쑥 출현하는 팬텀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을 반영한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팬텀은 불가사의한 무의식을 두려워하면서도 이에 매혹되는 서양인의 의식에 상응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11년이란 점을 떠올려 보라.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1899년)을 발표한 지 12년이 지나 파장을 일으키던 시점이다. 원작자 가스통 르루가 의식했건 안 했건 그는 팬텀을 통해 무의식의 심연을 헤집고 있다.

프로이트의 계승자인 라캉의 이론에 따르면 팬텀은 더욱 매력적인 존재다. 살아있는 인간이란 점에서 상징계에 속하지만, 상상 속 유령이라는 점에서 상상계에 속하고 사람들이 못 보는 현실(실재)을 꿰뚫어 본다는 점에서 실재계에도 속한다. 팬텀은 이탈리아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Homo Sacer)이기도 하다. 호모 사케르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속죄양으로 희생돼 법적 존재가 부정되지만 사람들의 죄의식을 일깨우는 존재’를 말한다. 팬텀은 기형적 외모 때문에 철저히 버림받음으로써 오히려 현실의 예술을 야유하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우월감을 획득한다.

신화적 관점에서 팬텀의 매력은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는 귀족청년 라울과 대비할 때 뚜렷해진다. 니체의 표현을 빌려 라울이 아폴로적 존재로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언어를, 로고스의 예술을 대변한다고 하면 팬텀은 디오니소스적 예술가로 신화와 상상의 언어를, 미토스의 예술을 대변한다. 전자가 질서와 조화를 추구한 르네상스를 상징한다면 후자는 방랑과 창조적 파괴를 추구한 19세기 낭만주의를 상징한다. 라울이 부르는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과 팬텀이 부르는 ‘그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는 이런 양립구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감동은 그 양립구도를 가로지르는 크리스틴을 통해 발생한다. 팬텀과 라울의 사이를 오가는 크리스틴은 정신분석학적으론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존재이며 이승과 저승을 횡단하면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샤먼의 특징을 지닌다. 라울의 목숨이냐, 팬텀과의 결혼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크리스틴이 자신을 희생하며 팬텀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내년 8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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