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영웅!… 파란만장 이대진 눈물로 쓴 100승

  • 입력 2009년 9월 12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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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전 5이닝 2실점 V투…팬·동료들 기립박수

불같은 강속구는 사라졌다. ‘에이스’라는 칭호도 과거 일이다.

승리하는 날보다 패하는 날이 많았고, 환호하는 날보다 절망하는 날이 더 많았다.

3차례 어깨수술과 재활,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도전했던 이 사내.

마침내 그가 100승 고지에 우뚝 섰다.

KIA 이대진(35)은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동안 6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4-2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의 월계관을 썼다.

8월 5일 잠실 LG전에서 99승을 채운 뒤 4수 끝에 이룬 100승 달성이다. 역대 21번째 개인통산 100승.

3-2로 앞선 5회말 2사 1·2루. 김태균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팀으로서도 1승이 절박했지만 이대진 개인의 1승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대진도, 조 감독도, 동료들도, 팬들도 손에 땀을 쥐는 순간. 여기서 이영우를 2루수 정면땅볼 처리하며 승리투수의 요건을 채웠다. KIA 선수들은 일제히 덕아웃에서 뛰어나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늠름한 맏형투수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험난하고도 힘겨운 도전이었다. 1993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뒤 고졸우선 지명으로 해태에 입단한 이대진은 1998년까지 6시즌 동안 76승을 거두며 해태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전에서는 10연속타자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쓰기도 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깨지 못하고 있는 기록이다.

그러나 99년 이유를 알 수 없는 어깨통증으로 그는 단 1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고, 2000년 8승을 올리며 부활하는가 했으나 결국 어깨부상이 재발, 그해 12월 미국 LA 조브클리닉에서 어깨 관절 및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기나긴 재활 끝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어깨통증은 재발했다.

2001년 강남성심병원에서 두 번째 어깨수술을 받았다. 재활훈련 후 2003년 4경기에 등판했지만 어깨는 다시 아팠고, 2004년 일본에서 어깨 관절막 및 회전근개 부분 봉합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2002년에는 잠시 타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거둔 승수는 1승뿐.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7년 4월 7일 잠실 LG전에서 4년 여만에 승리투수가 되면서 팬들에게 감동을 전했던 그는 이날 마침내 100승 고지에 오르며 다시 한번 팬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의 야구인생은 트레이드마크인 낙차큰 커브처럼 굴곡졌다. 그러나 그는 고통과 절망을 이겨냈다. 불같은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불꽃보다 뜨거운 야구열정으로 기어코 100번째 승리 고지에 우뚝 서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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