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안]불황으로 힘들텐데… 줄잇는 기부행렬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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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던 조돈중 씨(51)는 미국발 광우병(BSE) 파동으로 쇠고기 판매가 급감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돈이 없어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고 월세와 관리비가 밀려 온 가족이 함께 살던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까지 내몰렸다.

조 씨를 궁지에서 구해준 것은 아름다운재단의 ‘빛 한줄기 희망 기금’이었다. 전기요금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저소득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전력 직원 등의 기부로 만든 이 기금에서 조 씨는 240만 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금 덕분에 궁지에서 벗어난 뒤 사업에 재기한 조 씨는 지난해 초 다시 한번 아름다운재단을 찾았다. 이번에는 기부자로서였다. 굳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지만 그는 재단 관계자들에게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며 허리를 굽혔다. 이후 그는 매달 30만 원을 전기요금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저소득가정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1993년 55세에 평생 다니던 자동차 회사에서 퇴직한 지정우 씨도 꾸준한 기부자다. 그는 퇴직 당시 자신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집 한 채 그리고 취미 생활로만 채우기엔 너무 긴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퇴직 후에도 얼마동안 그는 기부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01년 우연히 신문에서 ‘당신은 가족에게 뭘 주고 가시렵니까’라는 문구에 충격을 받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8년째 본인과 두 아들의 이름으로 매달 3만 원씩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심한 불경기 속에서도 조 씨나 지 씨처럼 따뜻한 마음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아름다운재단 측은 전했다. 아름다운재단의 개인기부 신청자 수는 2008년 상반기(1∼6월) 1811명에서 2009년 상반기 2418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최대 기부단체 중 하나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개인기부자 수가 2008년 1∼7월 41만3533명에서 2009년 같은 기간 45만2503명으로 늘었다. 어려울수록 ‘십시일반으로 돕자’는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단비처럼 반갑다.

그러나 기부단체 관계자들은 “기업들의 기부는 경제 불황 이후 주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활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볼 여유를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을 보면 심각한 위기에서는 벗어난 징후가 뚜렷하다. 나눔의 선순환이 개인을 넘어 기업에까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

김정안 산업부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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