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베이스블로그] 한국에는 야구 참고서가 없다

  • 입력 2009년 7월 31일 08시 23분


#도쿄에 출장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도쿄돔 옆에 위치한, 야마시타 서점(山下書店)인데요. 들은 바론 도쿄에서 가장 방대한 야구서적을 보유한 곳이랍니다.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일본야구 출판업의 양적 풍부함과 질적 다양성, 그리고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일본 굴지 메이저 출판사들이 책을 담당합니다.

‘출판왕국’ 일본의 기획력과 그리고 그 책을 사주는 일본인들이 구축한 시장성을 짐작할 수 있지요. 도쿄돔이 있는 고라쿠엔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간다 고서점 거리가 나옵니다. 도쿄 중심부에 헌책방 거리가 조성돼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돌아다녀보면 탄복할 사실은 헌책방마다 차별화가 돼 있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책만 전문적으로 수집해 취급하는 고서점이 따로 있는 식입니다.

#이런 출판 인프라가 깔려 있는 일본이기에 자서전부터 픽션까지 분야별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있지요. 특급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야구를 소재로 소설을 씁니다. 주니치 팬을 자처하는 오쿠다 히데오(스포츠전문지 넘버에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마니아)가 대표적인데요.

번역된 단편만 소개하면 ‘마돈나’에선 웬즈데이 조니 이야기로, ‘도쿄이야기’에서는 에가와 스캔들을 가공해서 야구를 녹여냈습니다. 한신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1985년을 무대론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하는 수식’과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즈 하이즈’가 시대적 배경이자 스토리라인의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밖에 안 떠오르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네요.

#한국에서 야구기자는 정치기자만큼 힘든 직업 같습니다. 왜냐고요? 의학이나 경제를 논할 땐 가만히 수긍하는 사람들이 야구나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다 박사가 되니까요.

그렇더라도 과연 ‘야구를 안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요?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는 야구 가이드북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반대편에 선 책이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일 것입니다. 야구에 있어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필적할 위치를 차지하는 책이라고 감히 평가해봅니다.

로버트 화이팅의 책(故 이종남 기자가 번역한 책이 딱 한권 있습니다)은 일본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야구를 매개로 비교했습니다. 장담컨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보다 재미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 독서를 통해서 야구가 달리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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