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어깨 아픈 손민한 마운드 서는 이유

  • 입력 2009년 7월 31일 08시 14분


“먹튀 소리 듣기 싫으니 주사 맞고 던질수 밖에”… WBC때부터 아팠지만 팀 사정도 답답… 선수노조 추진 후 구단·팬 시선 부담… 승부구 못뿌리는 내모습에 나도 짜증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하다. 구속도 예전처럼 나오지 않는다. 마운드에선 종종 어깨를 돌리며 근육을 풀어야하고, 이닝이 끝나면 덕아웃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줄곧 주사를 맞고 마운드에 오를 정도지만 타자들은 그의 볼을 치지 못한다. 강약을 조절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상대를 농락한다.

롯데 손민한은 30일 사직 KIA전에 앞서 ‘통증을 참고 던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의 마음고생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듯 때론 하소연을 했고, 때론 사뭇 비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통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 놓은 그는 “어깨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지훈련지였던 하와이 때부터 좋지 않았다”고 했다. 시즌 초반만해도 ‘아프니 뛰지 못해도’ 용인되는 분위기였지만 팀 성적이 계속 좋지 않아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거기다 선수협회 회장직을 맡아 노조 추진을 하면서 적잖은 비난까지 받아야했다. 손민한은 “지난해 FA계약까지 했는데, 먹튀 소리도 너무 듣기 싫었다. 구단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나에 대해 신뢰를 거두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팀 선수들조차 그가 계속 주사를 맞으면서 등판하는 사실에 대해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게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하지만 자신에겐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신이 복귀한 이후 ‘묘하게’ 롯데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나도 모르지만 ‘말도 안 되게’ 그렇게 됐다. 그나마 다행”이라던 손민한은 상대 팀 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하루전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2패)를 거둔 그는 올 시즌 9경기에 선발로 나서 방어율 3.04를 마크하고 있다. “구속도 나오지 않는 느린 볼을 치려고 하니 내가 타자라면 짜증이 났을 것”이라면서 “몸이 좋지 않아 전력투구를 하지 못해 성의 없이 볼을 던지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원래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제대로 승부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나도 짜증이 난다”고도 했다. 느려진 구속이 되레 타자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등 ‘노련한 피칭’으로 미화(?)되고 있지만 손민한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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