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 이병헌 “지금은 할리우드 정상을 향한 과정”

  • 입력 2009년 7월 31일 07시 54분


연기력보단 즐거움을 주는 영화… 선택받은 배역 만화찍는 착각도… 작품 고를수 있을때 진정한 배우

선택하느냐, 선택받느냐에 따라 배우의 힘은 결정된다.

대작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의 소감이 그랬다.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고를 수 있는 입장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그러면서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상대역인 시에나 밀러와 촬영 도중 나눴던 일화를 들려줬다. “우리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랬어요. 만화 찍고 있는 거지? 이렇게 농담도 하면서 말이죠. 깊이 있는 연기보다는 관객에게 완벽한 즐거움을 주는 영화니까요.”

‘지.아이.조’의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 인기로 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톰 쉐도우가 이병헌이 맡은 역할이다. 원작 만화 에서는 내내 복면을 쓰고 나오는 신비로운 모습이지만, 영화 속 이병헌의 스톰 쉐도우는 ‘생얼’로 제법 많이 등장한다. 원작 마니아들은 어쩌면 다소 아쉬워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스톰 쉐도우의 얼굴을 공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죠. 하지만 ‘복면 달호’ 찍는 것도 아니고(웃음)…. 절 캐스팅한 배경에는 그만한 상업적인 이유가 있으니까요.”

대작을 통한 데뷔만큼이나 영화에서의 첫 등장 또한 화려했다. 예고편에도 얼핏 나왔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파괴는 스톰 쉐도우, 바로 이병헌의 소행이다. 이에 대해 그는 “수년째 프랑스 명예홍보대사를 맡고 있는데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라며 특유의 활짝 웃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톰 쉐도우가 원작과 달리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원작과 다른 캐릭터의 국적 변경은 “한국인이길 요구한” 이병헌의 숨은 노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스톰 쉐도우가 한국인임을 드러내는 대목은 극 초반 아역 장면에서 표현된다. 짧은 한국어 대사가 흘러나오는 것.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이 장면을 이병헌이 직접 연출하게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 출신의 아역 배우한테 한국어 가르치느라 애먹었죠. 부자연스러워 결국에는 감독에게 더빙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친구가 고생했죠. 같은 대사를 한 50번은 반복했을 거 에요.”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거나 진출에 성공한 아시아 배우들 상당수는 영어 이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병헌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인들도 또박또박 발음을 해야 하는 그리 쉽지 않은 이름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들이 힘겹게 제 온전한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어요. 이젠 ‘지.아이.조’의 거의 모든 스태프가 ‘병헌’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게 됐지요.”

지난 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8월6일 개봉을 앞둔 ‘지.아이.조’, 여기에 10월 방송되는 드라마 ‘아이리스’까지…2년 이상 쉼 없이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는 이병헌은 그러나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 보였다.

배우로서 일에 대한 열정은 그러나 남자로서 외로움을 수반할 수밖엔 없는 게 현실. 그도 조금은 걱정인 듯 했다. “결혼할 의욕도 없는 것이죠. 누군가를 만나서 데이트할 생각조차 안 들 정도로 지쳤어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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