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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암초? 대화재개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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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암초? 대화재개 교두보?

입력 2009-07-31 02:59수정 2009-09-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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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묶인 거진항
‘800연안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경비정에 예인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30일 강원 고성군 거진항은 귀항한 배들로 꽉 들어차 있다. 정박된 배들은 연안호와 규모가 비슷한 오징어 채낚기선들이다. 고성=이인모 기자

北 단순 실수로 월경땐 대부분 수일내 돌려보내
남북관계 큰 변수 안될듯
일각선 ‘제2의 억류’ 우려도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남한 어선 ‘800연안호’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되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남북관계가 가뜩이나 경색된 상황에서 북한이 현상 타파의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남한 어선의 단순 실수로 인한 NLL 월경은 대부분 며칠 내로 송환되면서 마무리됐던 사안이어서 남북관계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한은 1970년대에는 남측 어선을 나포하곤 했지만 1987년 이후 남측 선박 나포 사례는 없다.

실제로 남측 어선이 실수로 NLL을 넘는 일이 있으면 북측은 기본 조사를 마친 뒤 곧바로 석방해 왔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안(1718호)을 채택한 뒤 2개월 만에 우진호가 NLL을 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북한은 18일 만에 어선을 송환했다. 또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격당한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랭하던 지난해 8월에는 북한 장전항에서 북측 어선과 충돌한 한국 모래운반선 동이1호를 하루 만에 돌려보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북한이 선원을 무사히 송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도 “북한이 수일 내에 연안호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이행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어선을 장기간 억류하는 무리수를 두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꽉 막힌 남북 간 대화의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관계의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인도적 차원의 대화나 지원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어선의 송환을 둘러싸고 남북 대화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차단된 대화 채널이 복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연안호를 돌려보낸 뒤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A 씨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남측도 ‘답례’ 차원에서 중단된 인도적 분야의 대북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연안호의 NLL 월선을 범법행위로 규정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끌고 갈 수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관계가 현재 경색 국면이어서 북한이 연안호 문제를 제2의 ‘A 씨 억류’처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연안호-당국 긴박했던 교신
오전 5시 5분 해군 연안호 호출… 아무런 응답 없어
6시 12분 연안호 “GPS고장… 미확인 선박 접근중”
6시 26분 연안호 “北경비정이 밧줄 던지라고 한다”

30일 오전 한국 선원 4명이 탑승한 29t급 오징어 채낚기 어선 ‘800연안호’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예인되기 직전까지의 무전교신 내용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

연안호가 해군 함정에 미식별 선박으로 포착된 것은 이날 오전 5시 5분. 함정은 어선통신망을 통해 연안호를 호출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후 1시간여가 지난 뒤인 오전 6시 12분 연안호로부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장으로 자세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확인 선박이 본선(연안호)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긴급 호출이 속초 수협 어업정보통신국에 접수됐다.

어선정보통신국은 우리 쪽 해역을 순찰 중이던 해경 경비정과 해군 함정에 “연안호 주파수로 나오라”며 각각 무선 호출을 했고 2∼3분 간격으로 연안호와 무선 교신이 이어졌다.

오전 6시 17분 연안호는 “미확인 선박은 북한 경비정, 본선을 정지하라고 한다”고 알려왔다. 이어 오전 6시 26분 연안호는 “북한 경비정이 배를 붙이고 밧줄을 던지라고 한다”는 마지막 교신을 어업정보통신국에 보내고 무선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연안호는 NLL을 넘어선 것도 모른 채 헤매다 북한 경비정을 발견하고 어업정보통신국과 첫 교신을 한 지 불과 14분 만에 예인된 셈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영상제공: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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