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잘못에 업주까지 처벌은 위헌”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대표-법인 책임 안가린채 무조건 벌금 부당”
헌재, 의료법 등 6개 ‘양벌규정’ 위헌결정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와 함께 소속 법인이나 영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법인에 대한 직접제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직원의 잘못에 법인이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는 것은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30일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는 직원이 핫팩, 간섭파전류치료 등의 업무를 한 혐의(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경기 화성시 소재 A노인전문병원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날 위헌결정이 내려진 의료기사법 32조는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물리치료사 업무를 할 경우 소속 법인의 대표자와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게 돼있다.

재판부는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법인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 전혀 묻지 않고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한 양벌규정은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인에 의한 반사회적 법익침해가 늘고 있어 이에 대처하려면 법인에 대한 직접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형벌은 국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형벌에 관한 헌법상 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공현 재판관은 “법인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거나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기관이나 종업원 등이 주어진 권한 내에서 한 일은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어 위헌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 이외의 종업원 등과 관련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별개 위헌의견을 냈다.

반면 조대현, 이동흡 재판관은 “해당 법 조항은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또 같은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 도로법, 의료법,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청소년보호법의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법인이나 영업주를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양벌규정을 위헌 결정함에 따라 향후 재심신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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