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막고 공생으로” 4일간 물밑교섭이 물꼬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의료진 농성장 안으로30일 쌍용자동차 노사 대화가 재개된 가운데 오후에 의료진이 의약품을 들고 쌍용차 평택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의료진 농성장 안으로
30일 쌍용자동차 노사 대화가 재개된 가운데 오후에 의료진이 의약품을 들고 쌍용차 평택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쌍용차 사태 70여일… 노사, 막판 협상 나서기까지
법정관리인-노조 지부장 27일 심야 4시간 회동
사심없는 대화로 첫 공감대
양보안 밀고당기기 끝에 30일 공식 협상테이블로

파국으로 치닫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사 간 막판 대화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노사 양측은 70일간 이어진 대결 속에서도 막판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들이 막판 끝장 대화에 나서기까지는 25일 노사협상 결렬 후 4일간 치열하게 진행된 물밑 교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 27일 접촉이 물꼬를 터

파업 기간 수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양보 없이 대립해왔던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기로 첫 공감대를 가진 것은 27일 심야 회동이 계기가 됐다. 노사교섭 결렬 36일 만인 25일 협상이 무산되자 26일 사측이 먼저 한발 물러난 타협안을 제시했다. 오랜 농성으로 지쳐 있던 노조도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해서 27일 심야에 사측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평택공장 본관과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의 중간에 위치한 모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사심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사태를 더 악화시켜서는 공멸할 뿐이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협상 사안에는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박 관리인은 사측이 제시한 26일 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지만 한 지부장은 정리해고자가 너무 많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은 대화 시간이 4시간을 넘어가던 무렵.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노사 양측이 보는 피해가 크다는 데 의견을 모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양보안을 만들자고 합의한 후 헤어졌다.

이후 사측과 노조는 겉으로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그 대신 물밑으로는 지속적인 합의 노력을 진행했다. 양측 대표를 비롯해 핵심간부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합의점을 도출해 나갔다.

○ 노조에 대한 압박도 한몫

이 사이 쌍용차 협력업체 등 채권단은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재단도 중재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노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철통같은 봉쇄가 10일이 넘게 계속되면서 먹을 물조차 바닥나가는 상황도 노조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양측은 29일 들어서면서 급박하게 움직였다. 서로 양보안을 만들어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급진전됐다. 우선 사측이 40% 무급순환휴직제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노조 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노조 집행부는 이어 노조원들을 상대로 전체 회의를 열어 설명회를 가졌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30일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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