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학-기공학 접목… 삶의 에너지 전파”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25년 전 프랑스로 건너가 쿵후를 가르치고 있는 정영환 프랑스 쿵후협회장이 태극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25년 전 프랑스로 건너가 쿵후를 가르치고 있는 정영환 프랑스 쿵후협회장이 태극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무술고수 된 철학자’ 정영환 佛쿵후협회장 방한

환갑을 앞둔 나이가 무색했다. 동작은 절도가 넘쳤고 몸은 나비처럼 가벼워보였다. 주먹을 찌르고 발을 뻗는 몸짓 하나하나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26일 내한한 프랑스 쿵후협회장 정영환 씨(59·사진). 그는 25년간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 일대에서 기공학(氣功學)을 가르쳐 온 고수다.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립 대만대와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동양의 철학과 무술, 정신수양법에 서양의 생리학과 해부학을 접목한 수련법으로 해마다 200여 명을 가르친다. 그동안 배출한 제자는 5000여 명. 대학 교수와 의사, 고위직 공무원 등도 있다.

정 씨는 기공학이 무병장수를 도모했던 도가의 수련법과 닮았다고 했다. “기가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근원이라면 공은 기를 단련하는 방법입니다. 무술은 그중 하나죠. 기공은 몸 안의 기가 제대로 흐르도록 해 육체와 마음을 조화롭게 합니다.”

그가 기공과 인연을 맺은 건 열네 살 때. 우연히 중국 산둥 성 출신의 무술 고수이자 수원 화교학교 교장인 조복전 선생에게서 쿵후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만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무술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무도 정무문을 창시한 곽원갑(1868∼1910)의 제자인 오삼수 선생에게서 비종기공을 배웠다. 이후 중국의 무림 고수를 찾아다녔다. 태극권의 부종문, 빙지강, 심의권의 혼원자 선생에게서 기공을 익혔다. 중국 무술 7단의 고수가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정 씨는 1985년 프랑스로 건너가 쿵후협회를 조직했다. 당시 낯선 동양인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프랑스는 유도와 가라테, 검도 등 일본 무술이 주류였다. 그는 길거리로 나섰다. 2∼3m 앞에 선 행인에게 기의 느낌을 전달했다. 그렇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를 따르는 제자는 늘었다.

“기공을 통해 건강한 몸과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그는 철학과 의학, 기공학을 접목한 수련법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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