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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도전” 4050 ‘老公族’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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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도전” 4050 ‘老公族’ 열풍

입력 2009-07-31 02:59수정 2009-09-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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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직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노공족’ 주부 박정선 씨(왼쪽)가 29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자택 거실에서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공부삼매경’에 빠져 있다. 박영대 기자

연령제한 폐지후 신풍속도
학원가엔 특별반까지 개설

“중년층이 이해력은 더 높아”

“오전 4시 반에 일어났어요. 요즘은 방학이라 딸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 힘이 좀 덜 듭니다. 오전 7시 학원의 첫 수업을 400명이 듣는데 옆자리의 젊은이들을 보면 경쟁자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29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자택에서 만난 주부 박정선 씨(41)는 거실에서 두꺼운 ‘9급 공무원’ 교재와 씨름 중이었다. 박 씨는 올 초부터 내년 3월 9급 법원직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펜을 잡은 것은 15년 만이다. 박 씨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돼 더 건강해졌다”며 웃었다.

○ 중년의 마지막 희망?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 연령제한(만 18∼32세)이 폐지되면서 40, 50대 중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 28일과 29일 기자가 찾은 서울 노량진, 신림동의 학원, 고시원 등에서는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나서는 중년 남성이나 주부들이 눈에 띄었다. 자습실에도 아저씨, 아줌마 9급 공무원 준비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자신보다 열 살 넘게 어린 20, 30대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에게 ‘노공족(老公族)’으로 불린다. 나이 든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라는 고시계 신조어다. 올해 치러진 행정안전부의 국가직 공무원 시험 지원자 14만879명(9급, 4월), 4만7947명(7급, 7월) 중 40대 이상 지원자는 각각 2538명(1.8%), 1452명(3%)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령제한 폐지 첫해 치고는 40대 이상이 예상외로 많았다”고 밝혔다. 노량진, 신림동의 공무원학원에는 이들을 위한 특별반까지 생겼다.

○ 패자부활형, 생계형, 자아발전형…

노공족은 △명퇴 후 재기형 △자아실현형 △패자부활자형 등으로 나뉜다. 경남 합천군에 사는 이수길 씨(47)는 23년간 경남 지역 KT에서 근무하다 2000년 초반 명퇴한 후 3년 계약을 조건으로 한 회사에 정착했지만 계약종료가 코앞인 데다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올 초부터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3시간 공부한 후 출근하고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한림법학원 양정걸 부원장은 “40대 이상 응시자들은 젊은이들보다 암기력, 체력 등이 떨어지지만 이해력이 뛰어나고 ‘막다른 길,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절실하다”며 “공무원 시험은 머리보다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기는 만큼 노공족의 공무원 입성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8일 발표된 충남도 9급 공무원 합격자 302명 중 50대가 1명, 17일 발표된 부산시 공무원 합격자 243명 중 40대가 2명 포함됐다. 경남도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붙은 55세의 하석진 씨는 “새로운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현승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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