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니컬러스]파키스탄 심장 겨누는 탈레반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무슬림 교사 집에 쌓여 있던 건 코란만은 아니었다. 그의 집이 폭발하던 날 마을 대부분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폭발음이 10km 밖까지 들릴 정도였다. 경찰에 따르면 그의 집은 단순한 가정집이 아니었다. 폭약 로켓 수류탄과 폭탄조끼가 저장된 ‘무기고’였다. 문제는 이곳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심장부인 파키스탄 북서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파키스탄 심장부, 펀자브 남부 지역이다. 이는 탈레반이 파키스탄 전역으로 야금야금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키스탄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붕괴된다면? 무서운 일이다. 핵무기를 80∼100기나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이 혼란이 빠진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최근 필자가 돌아본 파키스탄 최대 상업도시 카라치도 더는 안전하지 않았다. ‘1급 비밀’로 분류된 한 경찰문건에 따르면 “지하드(성전)의 촉수가 카라치까지 뻗쳐 있다”며 “무장세력이 이 지역에 근거지를 만들어 납치, 은행 강도와 각종 흉악 범죄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치 시장(市長)인 사이드 무스타파 카말 씨도 “파키스탄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찰차 3대의 호위를 받아 움직이는 시장인 나조차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 있다. 내가 진입을 시도하면 그들(무장세력)은 폭탄으로 나를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필자는 펀자브 남부 지역을 두루 돌아봤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하왈푸르 시에서 만난 통역은 “내리지 말고 무조건 차 안에 있어라”고 경고할 정도였다. 파키스탄 일간 데일리타임스는 “펀자브 남부에서 고삐 풀린 테러의 질주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이 이달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키스탄인 81%가 이슬람 무장세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만 해도 34%였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무장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행동해 왔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11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대부분이 (탈레반과 맞서는) 파키스탄 군부를 지원하는 데 들어갔다. 엄청난 돈을 썼지만 파키스탄은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WPO 여론조사에서 파키스탄인 59%는 ‘미국을 대하는 알카에다의 태도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이 중 절반은 “알카에다가 미국인을 공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이 파키스탄 안정을 원한다면 우선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파키스탄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내려야 한다. 관세 인하는 파키스탄의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파키스탄을 안정화하고 극단주의와 싸우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둘째, 군부보다는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공교육이 부실한 파키스탄 농촌에서는 이슬람 학교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근본주의 세력이 세운 이 학교들은 학비가 공짜인 데다 무료로 급식도 제공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도록 장학금까지 지급한다. 미국이 파키스탄 군부에 돈을 쓸 동안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은 이처럼 학교에 투자해 왔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의 힘을 믿는 것이다. 왜 우리는 강경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처럼 하지 못할까.

―카라치에서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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