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은혜]반가운 친구, 국립디지털도서관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2년 전 여름 영화 촬영차 파리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한 곳이 바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인 ‘미테랑 도서관’이다. 책의 모양을 본떠 만든 독특한 외관의 미테랑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대형 문화공간에 가까웠다. 다양한 전시회나 공연 등이 종종 열려 파리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했다. 여러 가지 문화행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주는 도서관이라면 자연스럽게 자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바쁘게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서 그때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 국립디지털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나란히 들어선 책장에 잘 정리된 책이 아니라 컴퓨터와 모니터뿐인 도서관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피시방 같은 곳인가?” 하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나 온통 유리로 이루어진 디지털도서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동안 잊고 있었던 미테랑 도서관에서의 추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환하고 넓은 공간에 컴퓨터가 올려져 있는 열람대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어릴 적 막연히 상상했던 미래 도서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영상제작실과 손수제작물(UCC) 스튜디오. 예약신청을 하면 영상제작과 편집을 위한 고가의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비싼 장비들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모으던 대학 광고동아리 시절이 떠올라 부러움 반 놀라움 반으로 장비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도서관을 돌아보면서 프랑스의 미테랑 도서관을 보고 부러워했던 마음이 무색해졌다. 한편으로 바쁜 스케줄과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핑계로 우리나라의 많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데 대한 아쉬움도 들었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작품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세계이며 곧 우주다. 그만큼 다양한 정보가 온갖 언어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이 과거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듯 도서관 역시 변하고 있으며, 디지털도서관도 이 중 하나일 것이다. 보르헤스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문구가 공감 가는 대목이다.

이곳에서의 특별한 체험으로 나는 디지털도서관의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과 아니면 친구와 함께 보르헤스가 말한 영원히 지속될 도서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박은혜 탤런트·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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