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에서도 삼성 파워 통할까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대기업 잘 안 먹히는 업종… 삼성 복제약 진출에 시선집중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기존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 일반적으로 해당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최근까지 ‘대기업 진출-시장 석권’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LG, SK, CJ, 코오롱, 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제약업계에 진출했지만 매출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제약이라는 한 우물만을 판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그룹이 최근 바이오 시밀러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과연 삼성이 제약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꾸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약 개발을 포기하고 복제약만 판매해서는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근당 연구기획실 임대식 박사는 “업계 상위권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제약이라는 한 우물을 팠고 꾸준히 신약을 개발해 왔다”며 “대기업 계열사 중 몇몇 곳을 제외하면 신약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LG생명과학을 제외하면 대기업 계열사의 비용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제약업계만의 독특한 유통구조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의약품은 다른 소비재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할 수 있지만 전문의약품은 전문지에만 광고가 가능하고 소비층도 대중이 아닌 의사, 약사 등 전문계층이다. 한 제약업체 영업담당 임원은 “제약회사들이 오랜 기간 다져놓은 의사, 약사 네트워크는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제약업계의 화두는 바로 ‘삼성’이다. 바이오 시밀러 분야에 5년 동안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제약업계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미약품의 한 연구담당 임원은 “삼성의 진출로 인해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원도 활성화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삼성이 M&A에 투자하기보다는 유망 벤처를 인수하고 기존 연구인력을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진출한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삼성도 제약업계에서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1997년 삼성정밀화학은 대도제약을 인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2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갖지 못한 막대한 자금력 때문에 삼성의 진출을 주목하는 것”이라며 “수년의 연구기간이 필요한 바이오 시밀러 분야에서 삼성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버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바이오 분야는 과거 종합기술원과 삼성의료원에서 연구해왔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와 설비를 담당하게 된다”며 “업계의 우려처럼 M&A 계획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시밀러::

생물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화학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은 동일하다는 의미로 ‘저네릭(generic)’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살아 있는 세포, 조직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은 원본약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시밀러(similar)’라고 부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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