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만질 수 없는 엄마

  • 입력 2009년 7월 30일 11시 48분


"내 아들이 알레르기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어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기를 안으면 온 몸에 통증이 전해지고 물집까지 생기는 한 엄마의 사연을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영국인 조안느 맥키는 지난해 아들 제임스를 낳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처음으로 품에 안자 이상하게도 팔과 가슴, 등과 다리에 통증이 전해졌다.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했을 땐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상황은 악화되어 있었다. 아기의 피부가 맞닿은 손과 팔 등에 발진이 돋고 물집이 잡혔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됐다.

병원을 찾은 맥키에게 의사는 '천포창양 임신(Pemphigoid Gestationi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천포창양 임신'은 임산부 5만 명 당 한명에게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으로 아기가 알레르기의 원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맥키는 "아기가 알레르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으며 "게다가 의사는 이런 증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를 안아줄 수도 없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 혼자 아이를 목욕시켰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순간순간이 고통 그 자체였다"고 털어놨다.

모유 수유는 포기했다. 맥키는 "분유라도 직접 먹이고 싶어서 수건을 물에 적셔 팔에 둘러 봤지만 발진이 심해질 뿐이었다"며 제임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차도르까지 뒤집어썼다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은 결과 알레르기 반응은 다행히 한 달 만에 치료됐다. 이제는 마음껏 아들을 안아줄 수 있다고. "제임스를 지켜보기만 했던 한 달 동안 아이를 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임을 깨닫았다"는 맥키는 "아이를 안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없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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