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맘대로 해놓고 파벌때문? ‘박태환 전담팀’ 네탓타령

  • 입력 2009년 7월 30일 08시 31분


박태환(20·단국대)의 참패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페이스조절, 야외수영장, 전신수영복 등의 이유가 붙더니 이제 수영계 파벌싸움의 결과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파벌 문제는 박태환과 SK텔레콤 스포츠단이 직접 제기한 것이라 그 파장은 더 컸다.

대한체육회 산하 거의 모든 가맹경기단체와 마찬가지로 수영계도 파벌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영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2009로마 선수권에서 박태환의 경기력 저하와 파벌 갈등은 연관성이 적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수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의 생각도 일치한다.

이미 박태환은 수영연맹 집행부도 통제가 불가능하다. 전담팀이 박태환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면, 그것 자체가 권력이다. 박태환은 태릉선수촌에 출퇴근 하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심지어 타 종목 선수들까지 “출퇴근 선수냐? 태릉이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곳이냐”며 위화감을 표시한다.

전담팀은 촌외훈련부터 미국전지훈련, 그리고 태릉복귀까지 거의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진행했고, 수영연맹은 거의 모든 안을 수용했다. 전담팀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남 탓을 하며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꼴이다. 선수관리소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SK측이 수영계의 오랜 병폐를 끄집어 내 국면전환을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SK텔레콤 스포츠단은 “전임코치를 물색했지만, 수영계의 파벌싸움 때문에 힘겨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SK 측이 전임코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올 초부터 “태릉으로 박태환이 완전 입촌 하거나, 전임코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때 돌아온 SK텔레콤 스포츠단의 답변은 “국내에 박태환을 가르칠 만큼 실력 있는 코치가 없지 않느냐, 외국지도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태릉과 전담팀 훈련의 이중권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전담팀에 흠집을 내는 것이 박태환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귀를 닫았다. 만약 SK가 사안의 중대함을 알았다면 이미 2008년 10월, 전담팀 출범과 1월 1차 미국전훈 사이에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옳다.

박태환은 극구부인하고 있지만, 모든 수영인들은 “훈련량 부족”을 말한다. 깨끗하게 올림픽 이후 목표의식이 사라졌음을 시인하고, 더 큰 자극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국민영웅이 아직은 어려 보인다. 아무리 호도해도, 참패의 원인은 변하지 않는다. 나태해진 박태환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전담팀의 미흡한 선수관리가 본질이다. 평가없이 대안은 없는 법. 이런 식이라면, 전담코치를 두더라도 선수에게 휘둘릴 것이 뻔하다. 대오각성 하지 않고 변명거리 찾기에 급급한 SK가 과연 박태환에게 어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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