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 “파국은 막자” 절박감… 벼랑 끝에서 U턴하나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 70일 동안 장기파업서 의견 접근까지

어제 민노총 평택집회도 예상밖 조용히 끝나

“노사 물밑접촉서 협상 진전 기미 반영된 듯”

《노사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면서 공권력 투입이라는 마지막 수단만을 남겨 놓았던 쌍용차동차 사태가 결국 노사 교섭으로 타결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쌍용차 사태는 파업 70일 동안 노조의 불법 점거와 이에 맞선 사측의 직장폐쇄, 이어지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노조원 퇴거를 위한 강제집행, 경찰력 공장 진입에 따른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벼랑 끝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 끊임없이 이어진 노사 대립

쌍용차 사측은 4월 초 전체 인력의 37%(2646명)를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1112명을 정리해고 규모로 확정해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는 이에 파업으로 맞섰다. 노조는 5월 21일 파업을 선언한 뒤 다음 날부터 도장2공장과 도장1공장 등 공장 내 핵심 건물을 하나씩 점거해 가며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1000여 명의 해고 노조원과 비정규직 해고자, 비해고자 등이 파업에 참여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외부세력들이 속속 집결했다. 노조는 사무직 직원 등 비조합원의 공장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채권단에 회사 회생방안을 제시해야 했던 사측의 회생 노력은 노조의 점거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물거품이 돼 갔다. 사측은 점거파업으로 11일째 생산이 전면 중단된 5월 31일 끝내 직장폐쇄를 신청했다.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수차례에 걸쳐 노사는 머리를 맞댔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송명호 경기 평택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들의 중재도 효력이 없었다. 노조는 총고용을 전제로 무급 순환휴직, 임금 50% 삭감 등의 안을 제시했고, 사측은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노조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사측은 결국 업무 정상화를 위해 지난달 26일 경찰과 함께 노조가 점거 중인 회사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 충돌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때부터 정문과 후문 등 쌍용차 출입문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달 20일부터 공장 안으로 진입한 채 도장공장 봉쇄에 들어갔다. 사측은 단수와 음식물 반입 금지, 가스 차단 등으로 노조를 압박해 갔다. 물이 부족하고 반찬이 없어 노조는 최근 10여 일간 소금간만 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워 왔다. 경찰의 봉쇄 이후 노조원 이탈자도 꾸준히 늘었다. 28일부터는 노조원들이 경찰의 진입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정도로 탈진했다.

○ 29일 들어 타협 조짐 보여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등 중재단의 중재로 노사 양측은 지난달 19일 교섭결렬 이후 36일 만인 25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역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물밑 협상을 계속한 끝에 30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서로 파국만은 막자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후 평택시내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촉구 결의대회’가 예상과 달리 조용히 끝난 것도 쌍용차 노사협상에 진전 기미가 있는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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