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설탕값 아성’ 이번에는 무너질까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관세율 대폭 인하 추진

완제품 수입 늘리는 효과

해외보다 비싼 값 내릴듯

정부가 현재 40%인 설탕 완제품 수입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국내 설탕시장은 원당(설탕 원료)을 수입해 설탕을 만드는 3개 제당업체가 지배해왔다. 수입 설탕은 높은 관세로 가격이 비싼 탓에 국내 설탕시장의 점유율이 3% 정도에 불과하다. 설탕에 대한 관세율이 낮아지면 값이 싼 외국산 설탕 수입이 증가하고 설탕을 주요 재료로 쓰는 빵과 과자, 음료 등의 가격도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에 “설탕 완제품의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할 때 기획재정부가 조만간 제시할 인하 비율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재정위 조세소위에는 설탕 관세율을 40%에서 10%로 내리는 내용으로 민주당 홍재형 의원이 올해 3월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설탕이 생활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국내 설탕시장이 과점(寡占)체제로 운영돼 국제시장보다 30% 이상 가격이 비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관세율이 3%인 원당을 수입해 설탕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거의 100%였다.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이유로 관세율을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오면서 3개 제당업체는 설탕 가격을 담합해 왔다. 2007년 공정위는 1991∼2005년 이들 3개사가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511억 원을 부과했다. 제당업의 경우 초기 장치비용이 막대해 시장 진입의 문턱이 높기 때문에 값싼 수입 설탕이 들어오지 않는 한 이 같은 과점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3월 ‘52개 주요 생필품 소비자물가 동향(MB물가지수)’을 발표하며 설탕을 항목에 포함했지만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다. 2005년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3월 117.6이었던 설탕의 물가지수는 올해 2월 134.2로 높아졌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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