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2’ 美-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에 대비해야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미국 워싱턴에서 27, 28일 이틀 동안 열린 제1회 미중 전략과 경제대화는 ‘G2 시대’ 개막을 알리는 행사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끌었다. 왕치산 경제담당 부총리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150명이 넘었다. 미국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대표로 대규모 대표단을 참석시켰다. 양국 고위관리들은 경제위기에서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을 빠짐없이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미중 관계가 21세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은 세계 경제위기 회복을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국내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중 대화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나열된 내용이 대부분 원칙 표명 수준이어서 일부에서는 ‘먹을 것 없이 소문만 요란한 잔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화의 진정한 의미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 클린턴 장관도 “이번 대화는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과 가이트너 장관이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과 중국의 참여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현안은 거의 없다. 두 나라의 약속과 다짐은 관련국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북핵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중은 6자회담 지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874호 이행을 다짐했다. 6자회담을 거부하며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미중 대화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냉전시대 G2였던 미국과 소련은 대결 상대였지만 ‘21세기 G2’인 미중은 ‘동반자로서 협력한다’는 큰 흐름을 선택했다. 앞으로 이 원칙이 양자 및 국제 현안 해결에 적용될 것이다. 미중의 최대 현안인 8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의 미국 채권 보유, 2600억 달러를 넘어선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등이 그런 관점에서 다뤄지게 된다.

우리에게 미중 관계의 변화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와도 직결된다. 정부는 미중이 그리려는 21세기 국제질서의 모습을 파악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전해 미국과 중국이 자의적으로 우리의 운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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