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곽터서 일제신궁 비석 발굴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파괴한 남산 서울성곽과 그 위에 대신 세운 조선신궁의 ‘황국신민서사지주’ 비석 유적이 29일 서울 남산에서 공개됐다. 아래쪽 원 안이 서울성곽 기저부와 성돌 등 터가 발견된 곳이다. 위쪽 원 안은 황국신민서사지주 잔존물이 발견된 부분이다. 홍진환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파괴한 남산 서울성곽과 그 위에 대신 세운 조선신궁의 ‘황국신민서사지주’ 비석 유적이 29일 서울 남산에서 공개됐다. 아래쪽 원 안이 서울성곽 기저부와 성돌 등 터가 발견된 곳이다. 위쪽 원 안은 황국신민서사지주 잔존물이 발견된 부분이다. 홍진환 기자
조선신궁의 옛 모습.
조선신궁의 옛 모습.
서울성곽 부수고 신궁 세워

市, 남산 구간 우선 복원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마음을 합해 천황 폐하에게 충의를 다합니다.’

일제 황민화 정책에 따라 1939년 서울 남산에는 조선신궁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황국신민서사지주(皇國臣民誓詞之柱)’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조선 왕조의 안녕을 상징하던 남산에 상징적으로 들어선 이 비석은 서울역 정문에서 바라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도록 배치됐다. 규모도 길이 25m, 높이 16m로 서울 시내 지주비 중 가장 컸다.

서울시는 1946년경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국신민서사지주 잔존물이 남산에서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올 3월 발표한 ‘남산 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진행해 온 남산 내 유적 발굴 결과다. 잔존물 길이는 23m, 높이는 2m 규모다.

일제가 조선신궁을 짓기 위해 파괴한 서울성곽의 기저부 및 성돌도 함께 발견됐다. 1960년대 미로 형태로 설계한 어린이놀이터 잔존물도 함께 확인됐다.

시는 이번에 발굴한 서울성곽 구간을 전문가에게 자문해 내년 4월까지 우선 복원할 계획이다. 박상빈 서울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장은 “그간 추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서울성곽 멸실 구간 전모를 비롯해 일제의 서울성곽 멸실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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