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대 재산 형성과정이 최대쟁점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 청문회 뭐가 문제될까

2억대 상가 - 8억대 예금 - 평택에 땅 보유

“부친 땅 상속… 처가서 稅면제 채권 사줘” 해명

대전서 쿠폰끊어 승마, 부산선 요트 5주 배워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도덕성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기 때문에 김 내정자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거액 부동산과 예금이 쟁점 될 듯

이번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23억3000여만 원에 이르는 김 내정자의 재산 형성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올 3월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때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공시가격 12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2억2000여만 원짜리 상가, 경기 평택시의 밭 588m²(약 178평)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의 다국적 사교클럽인 서울클럽 회원권(시가 7500만 원 상당)도 함께 신고했다.

김 내정자 측은 1999년에 구입해 살고 있는 서빙고동 아파트는 원래 소유하고 있던 집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집을 판 돈을 합쳐 장만했다고 했다. 평택의 땅은 29일 동아일보가 찾아가 본 결과 인삼밭과 논으로 이용 중이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4남매가 공유한 것으로 돼 있다. 김 내정자 측은 “친척이 관리하던 부친 소유 땅을 2007년 8월 4남매가 공동 상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부동산에선 “도로와 떨어져 있어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인 3.3m²당 3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명의의 경운동 상가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0만 원에 임대를 주고 있다. 김 내정자의 부인은 전업주부지만 상가 임대소득 때문에 따로 국민연금까지 들었다고 한다. 김 내정자는 본인 명의로 2억6980만 원, 부인 명의로 5억7980만 원 등 8억4960만 원의 예금이 있다. 청문회 준비팀은 “부인 명의 예금은 처가에서 외환위기 직후 세금이 면제되는 무기명채권을 구입해 준 것”이라고 전했다.

두 딸의 미국 유학자금 출처도 김 내정자가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김 내정자 측은 “두 딸은 모두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가 큰돈이 들지 않았다. 입증 자료가 준비되면 유학비용 명세를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 거부감 있는 취미생활 논란

청문회에서는 승마, 요트 등 김 내정자의 평범하지 않은 취미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 측은 “술과 골프를 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 것”이라며 “요트와 승마는 기회가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배웠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김 내정자는 대전지검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8월과 10월 대전 유성구의 한 승마장에서 현금 22만 원에 쿠폰 10장씩 모두 20장을 두 차례에 걸쳐 구입해 출근 시간 전에 승마를 배웠다. 승마장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대전고검장으로 부임한 올 4월경에도 찾아와 말을 탈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전국체전 준비공사 때문에 안 된다고 해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요트는 부산고검장 시절인 지난해 7, 8월 친분이 있는 전문 요트강사에게 1주일에 6만 원을 내고 5주 동안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 내정자를 가르쳤던 코치는 “김 내정자가 ‘부산에 온 김에 요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가르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탔던 요트는 호화 크루즈가 아니라 돛만 달린 1인승 연습용 요트였다고 덧붙였다.

또 김 내정자가 대전고검장 시절 미스코리아들과 어울렸다는 소문은 그가 5월 미스코리아대회 충남예선 심사위원장을 맡은 데서 비롯됐다. 대회 관계자는 “심사를 둘러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김 내정자를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승마 등 국민정서에 위배”

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다음 달 17, 18일경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김 내정자에 대한 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고위공직자가 요트, 승마를 취미로 즐긴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스폰서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직접 철저하게 검증을 한 만큼 김 내정자가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평택=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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