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은 국민 보호하라고 있는 것”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이 건물이 권력의 상징”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첫 출근을 하던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청사 건물 위쪽을 쳐다보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준 권력의 위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이 건물이 권력의 상징”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첫 출근을 하던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청사 건물 위쪽을 쳐다보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준 권력의 위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의 개혁 방향은

“검찰은 이제 과거의 모습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변화할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54·사법시험 21회)는 28일 내정 직후 밝힌 소감에서 ‘검찰의 변화’를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이 언급한 변화의 방향에 대해 “검찰의 문제는 조직이나 사람이 아니라 업무자세와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모습일까.

검찰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가 주도할 검찰 개혁의 밑바탕에는 ‘기획통’ ‘국제통’으로 불리는 그의 근무 경험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김 내정자의 성향도 검찰 개혁의 또 다른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원칙 아래 수직적인 구조로 굳어진 검찰의 조직문화가 앞으로 상당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권위적인 검찰총장보다는 검사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 본인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함께하는 리더십’이 김 내정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검찰 조직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검찰에 주어진 권력은 국민을 보호하라고 준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하지만 국민에게 ‘힘 있는 기관’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할 일은 다 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검찰의 미래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김 내정자의 검찰 개혁은 검찰 업무의 각 분야에 필요한 선진제도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잘못된 수사관행과 낡은 제도들을 찾아 개선하고, 유연성과 자율성을 앞세워 경직된 검찰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개혁에 앞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등 잇따른 악재로 흐트러진 조직 안정에 힘쓸 방침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개편이나 폐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일정 시기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

김 내정자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이 건물이 바로 권력의 상징인데 권력과 권한만 갖고 범죄와 싸우다 보니 실패하는 일이 많았다. 검찰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100% 백옥같이 희겠냐만 검사 생활 하면서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