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민주 “관료의 정책결정권 뺏겠다”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일본 민주당 공약 중 눈에 띄는 점은 “정권을 잡으면 정부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정부운영 구상을 밝힌 점이다. 정책뿐 아니라 정책집행 시스템까지 국민 앞에 제시하고 선택을 받겠다는 것. 민주당은 일찍부터 정권을 잡을 경우 내각시스템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해 왔다.

민주당의 정부 구상 골자는 정책결정 과정을 관료 주도에서 정치 주도로 바꾸고, 총리실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각 부처에는 기존의 대신과 부대신, 정무관 등 ‘정무 3역’ 외에 대신보좌관을 신설하고 이를 모두 국회의원이 겸임한다. 이를 위해 여당 의원 100명이 각 부처에 입각해 상층부를 완전히 장악한다. 그동안 각료회의 안건을 미리 조율하면서 실질적 정책결정권을 행사해온 사무차관 회의는 폐지하고 사무차관은 공개석상에서 개인의견을 밝힐 수 없게 된다.

사무차관은 관료가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외무성 역대 사무차관은 미국과의 ‘핵 관련 비밀협정’ 문서를 수십 년간 자기들끼리 인수인계하면서 역대 총리와 일부 외상에게만 이 협정의 존재를 보고해 왔다. 실권자가 아닌 외상에게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다. 관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조직을 틀어쥔 사람은 사무차관이었다. 민주당 구상은 자민당 정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무차관을 철저히 실무책임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무차관 회의 대신 부처간 정책조율은 사안에 따라 해당 부처 대신들로 구성될 각료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총리실 직속으로는 민관 우수인재로 구성되는 국가전략국을 설치하고 국가비전 제시와 예산 골격 편성을 맡긴다. 기존의 경제재정자문회의와 경제부처 핵심기능을 총리실이 흡수하는 것이다. 또 행정쇄신회의를 설치해 낙하산 인사와 예산낭비를 감시하고 관료사회 개혁을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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