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공로자 폄하를 마치 민족애처럼 착각”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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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 출간
이분법적 편견·오류 바로잡아

“불행히도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건국 공로자들이나 국가발전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사실적 연구와 공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 없이 그들을 모두 폄하하는 것이 진보요, 민족애인 양 착각하는 풍토가 풍미해왔다.”(이인호 KAIST 김보정 석좌교수)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새롭게 조명한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기파랑)이 29일 출간됐다.

국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학자 28명의 논문 26편을 △대한민국 탄생의 국제정치적 배경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다양한 구성과 인식 △민주공화국의 탄생: 이승만의 건국 노선 △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한 기초 작업과 그 평가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 등 5부로 분류해 담았다. 2007년과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자료를 수정·보완해 발간한 것이다.

이 석좌교수는 서문에서 “1980년 말 이후 새로 공개된 사료들은 그동안 ‘정설’처럼 행세했던 주장의 상당 부분이 일방적 사관과 특정 경향의 사료들에만 편협하게 노출됨으로써 생겨난 오류나 편견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거대 담론은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수 명지대 교수(북한학)는 ‘제2차 세계대전과 소련의 한반도 정책’ 논문에서 소련의 비공개 문서를 면밀히 분석해 일부 국사학계가 주장해온 단정 책임론(이승만의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따른 분단책임론)을 비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소련은 공개적으로는 한반도에 자주독립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지지했지만 내부문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안으로는 점령지에서만이라도 소련의 이익을 지킬 인물로 구성한 (한반도 내) 정부 수립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밝혔다.

책에는 지금까지 독재자나 민족 분단의 원인 제공자로 그려지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다룬 논문도 다수 실렸다.

건국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기존의 독재와 반독재, 통일과 반통일의 이분법적 담론과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분화하고 있는 이념의 진화와 무관하지 않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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