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경북 생활풍속’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대청. 1632년에 지은 건물로 이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대청. 1632년에 지은 건물로 이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민속박물관, 술 - 음식문화 등 8개 주제 나눠 조사
장롱 속 속옷 갯수 등 살림살이 낱낱이 기록 눈길

‘윤이실 부부는 결혼한 지 3년 만인 1962년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로 분가해 집을 샀다. 당시 집값은 39만 원…윤이실 댁의 살림살이는 안채에 1150개, 아래채에 545개, 창고채에 116개, 기타 공간에 215개가 있다…부엌에 있는 식기류는 할머니가 구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딸이 구입한 것으로…할아버지 늘 일기를 썼다…1997년 10월 16일 화 맑음. 종일 벼 걷었다. 경운기용 경유 20L 넣었다. 5만4000원. 남산동 홍성근이 고추 말리려고 왔다. 못 말리고 다시 가져갔다. 미안했다.’

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9일 내놓은 ‘2009 경북민속문화의 해 민속조사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 이색적인 보고서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생활민속 연구가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조사연구 보고서는 2007년 제주, 2008년 전북의 민속 조사보고서에 이어 세 번째.

기본적인 조사연구는 영남대로와 낙동강, 양반과 선비, 마을과 문중, 경북지역 여성의 글하기, 마을 숲, 술과 음식 문화, 나물과 약초, 동해안 별신굿 등 8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군위군 부계면의 한밤마을과 영덕군 축산면의 뱃불마을 등 특정 마을의 민속과 생활에 대한 조사보고서도 흥미롭다. 2008년 한 해 동안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내면까지 그대로 포착해냈다. 가족과 친족, 생업과 경제활동, 사회조직, 의식주, 세시풍속, 일생의례, 종교생활, 여가생활, 구비전승 문화 등을 관찰하고 조사한 것이다. 돌담이 아름다운 한밤마을은 경북 내륙 양반마을의 특성을, 바닷가의 뱃불마을은 늘 바다와 함께해온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살림살이 조사다. ‘한밤마을 윤이실 댁 살림살이’, ‘뱃불마을 유영춘 김순자 부부의 살림살이’ 보고서는 무심히 넘겼던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모두 꺼내 재해석하고 새롭게 기록해 놓았다. 가구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장롱 속 어디에 속옷과 양말이 몇 개 있는지까지. 그 내용물과 위치를 도면 그리듯 기록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옮겨놓았다. 또한 각 물건에 얽힌 다양한 사연까지 담아냈다. 훗날 ‘2009년 경북지역 한 가정의 삶’을 복원할 때 생생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 같은 조사 방식은 기존 민속조사연구의 차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속박물관의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은 “오래된 것, 낡은 것, 독특한 것에만 주목하던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극복한 것”으로 “조사가 축적되면 당대 생활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과 경상북도는 이번 보고서 발간의 후속 작업으로 10월 한밤마을과 뱃불마을에서 민속마을 현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