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000m서 떠난 동생을 거두다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KBS2, 獨 산악다큐 ‘브로드피크, 1년 만의 귀환’ 소개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는 시신들이 즐비하다. 급격한 체력저하나 설맹(雪盲) 등으로 길섶에 잠시 쉬었다 가려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사망한 것. 그들은 앉거나 누워있던 모습 그대로 얼음덩이처럼 굳어있다. 정상 공격을 위해서는 동료 산악인의 주검을 지나야 한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은 “시체들을 많이 봤지만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에는 그렇게 생과 사가 공존한다.

혹독한 추위에 냉혹한 바람이 부는 히말라야 설산에 동료를 남기고 온 산악인들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시신 수습에 나서지만 쉽지 않다. 산소 부족과 추위로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히밀라야에서 시신을 운반하는 것은 목숨을 건 도전이다. 게다가 얼어붙은 시신의 무게는 100kg을 훌쩍 넘는다. 시신을 밧줄로 연결해 여러 사람이 끌고 내려올 수밖에 없다. 깎아지른 절벽과 크레바스(갈라진 빙하)의 난관을 뚫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최근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에서 숨진 여성 산악인 고미영 대장은 김재수 대장을 비롯한 구조대들이 13시간 사투 끝에 시신을 수습해 돌아왔다. 추락 지점은 5300m 높이였지만 접근하기 힘든 난지대여서 어려움이 컸다. 엄홍길 대장도 에베레스트 8750m 지점에서 사망한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러 2005년 원정에 나섰지만 200m 정도 내려오다 중간에 돌무덤을 만들어 안장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시신을 찾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했고 날씨마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KBS2는 8월 2일 0시 50분 독일 ‘포지벤’ 방송사가 만든 ‘브로드피크, 1년 만의 귀환’(사진)이라는 산악 다큐멘터리를 ‘해외 걸작선’으로 소개한다. 2006년 파키스탄 브로드피크 등정에 나섰다 8000m 정상 능선에서 사망한 마르쿠스 크론탈러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1년 뒤 그의 형 게오르그가 브로드피크로 떠난다는 내용. 게오르그는 극심한 고산증으로 고생하지만 동료 2명, 셰르파 6명과 함께 동생의 시신을 수습해 돌아온다. KBS는 “8000m 이상 고산에서 숨진 산악인 시신을 데리고 내려온 세계 최초의 성공 사례”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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