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요즘 눈에 띄는 자본주의의 역설

  • 입력 2009년 7월 30일 02시 59분


세계 증시가 서머랠리(summer rally)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 9,000을 훌쩍 넘어섰고, 한국 증시는 코스피 1,500을 돌파했지만 큰 조정의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주가지수는 심리적 저항을 느끼는, 즉 기술적 조정 가능성이 있는 가격대이지만 주가 복원력이 매우 강해 보인다. 기업실적과 유동성 면에서도 세계 증시에 최적의 환경이다. 주식시장은 바야흐로 ‘골디록스(goldilocks)’ 랠리에 진입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다. 필자는 얼마 전 귀갓길에 동네 골목에서 가슴 아픈 광경을 목격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유기농 식품가게가 폐업 예고문을 내걸었다. 그동안 장사가 꽤 잘되는 것 같았는데 왜 문을 닫느냐고 물어보니, 오른쪽 골목에는 이마트가 들어오고, 왼쪽 골목에는 롯데마트가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대기업의 대형 체인점이 골목상권까지 시장을 확대해 영세상인들은 문을 닫고 실업자는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느라 직원을 해고해도 역시 실업자는 증가한다. 하지만 이럴 때 기업은 더욱 강해진다. 자본주의의 패러독스다.

경제는 어려워도 구조조정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은 인건비가 줄어 경쟁력이 높아졌다. 금리가 떨어져 자금 조달비용도 줄었다. 원재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자산가격이 떨어져 기업의 제조원가도 아주 낮아졌다. 고용 악화에 따른 소비 감소가 우려되지만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상당 부분 지탱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의 선도기업들은 지금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조만간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상반기 랠리를 놓쳐버린 후발펀드들이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황급히 증시에 올라타고 있고, 금융시장이 붕괴될 때 살아남은 헤지펀드들도 속속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미 증시 주변에 대기 중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만 4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채권시장의 금리 스프레드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피신했던 자금이 증시로 U턴할 것이다.

그렇다고 증시에서 위험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만약 주가가 급등해 과열조짐을 보이면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이때 정책금리 인상 검토 등 출구전략이 개시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을 위한 세금인상 정책도 유동성 축소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으로는 투기적 거래 및 공매도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조치도 증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대개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되지만 과열 후의 급락을 예방하고 과속을 줄여주는 순기능도 할 것이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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