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 있다…SC제일銀 시뮬레이션 연수 ‘혁명’

  • 입력 2009년 7월 30일 02시 59분


27일 SC제일은행 연수원 ‘SC러닝센터’ 내에 마련된 가상은행 지점에서 신입행원들이 대출상품을 가상으로 판매하며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SC제일은행
27일 SC제일은행 연수원 ‘SC러닝센터’ 내에 마련된 가상은행 지점에서 신입행원들이 대출상품을 가상으로 판매하며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SC제일은행
“고객님은 신용등급 1등급인 데다 저희 은행 거래실적과 소득이 높아 대출 받을 때 0.5%포인트 우대금리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리는 얼마죠? 중도 상환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1가의 SC제일은행 연수원 ‘SC러닝센터’. 9개의 창구와 대기번호표 발급기 등이 들어선 3층 강의실은 실제 은행지점처럼 꾸며졌다. 모든 창구에서는 결혼자금, 자녀학비 등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상담이 이뤄졌다.

고객과 은행원은 모두 6일부터 연수를 시작한 SC제일은행 신입행원들. 오전에 배운 개인담보여신 상품들을 이곳 가상은행에서 실전처럼 상담하고 판매했다. 실습을 마친 안태호 씨(27)는 “자녀 유학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 고객에게 오전에 배운 상품 가운데 ‘돌려드림론’을 권했다”며 “실제 영업현장에서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의 한국 진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한국에 선진금융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고 돈만 벌어간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은 혁신적인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해 토종 은행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 실제처럼 상품 상담-판매 ‘진땀’

SC제일은행은 신입행원은 본점이 아닌 지점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에 따라 현장 감각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가상은행에서 실습하는 시뮬레이션 교육이 대표적인 사례. 오전에 펀드에 대해 배우면 그날 오후 가상은행에서 신입직원들이 3인 1조를 이뤄 실습에 들어간다. 교대로 은행원과 고객, 관찰자의 역할을 맡으며 실제처럼 펀드상품을 상담하고 판매한다. 관찰자는 판매자의 잘못된 점과 보충할 점을 짚어줘야 한다.

입출금 상품부터 대출, 신용카드, 펀드, 자산관리까지 모든 수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며 해당 상품개발자가 시뮬레이션에 참가해 조언한다. 평가에서도 필기시험과 더불어 이런 방식의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추가됐다.

국내 은행의 신입행원들이 강의실에 앉아 주입식으로 은행 상품에 대해 배우고 외워서 시험을 보는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한 것. 신입행원 정두호 씨(27)는 “고객을 설득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며 “상품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태설 인재개발부 팀장은 “은행 상품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해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막상 고객을 접하면 막막해진다”며 “필기시험을 잘 본 사람도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 현장-코칭 전문가 2명 함께 강의

연수교육의 혁신은 현장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 강의식 교육 방식으로는 연수 직후 지점에 배치 받은 신입사원이 일반 영업사원의 평균 생산성까지 도달하는 데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은 뒤 올 2월 지점 배치를 받은 신입사원들은 이미 30%가 4개월 만에 평균 생산성에 도달했다. 40%는 6개월 이내에 평균 생산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피터 햇 인사개발지원부 총책임자는 “신입사원이 지점 배치 첫날부터 고객에게 교차판매 상품까지 판매할 정도”라며 “새로운 교육 방식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강의의 80% 이상을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호응이 좋다. 모든 강의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상품 전문가뿐 아니라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토론 등을 진행하는 학습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현장 전문가와 코칭 전문가 2명이 함께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습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퀴즈쇼나 기자회견 방식 등 놀이를 수업에 접목한 것도 특징이다.

신입행원 용관 씨(31)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어서 졸 틈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며 “한국의 학교 교육도 연수교육처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수업방식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종현 인턴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