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통일부, 개성공단 기업 연체율 왜 감추나

  • 입력 2009년 7월 30일 02시 59분


“조만간 대출 연체율이 높은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도 있는데, 통일부는 조사만 해놓고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초췌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습니다. 입주기업들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달 13일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대출 현황과 연체율, 영업실적 등을 취합해 ‘입주기업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최근 남북 경색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기업들이 철수 준비에 나서자 정부가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선 겁니다.

통일부는 2007년부터 경협 보험을 담보로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2006년까지는 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입주기업들에 자금을 직접 대출해 줬습니다. 시범단지 입주기업을 비롯한 상당수 업체가 공적자금인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셈입니다. 공단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쌓이는 대출 연체는 이들의 존폐가 걸린 핵심적인 사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런 문제점을 취재하기 위해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에 전체 입주기업의 평균 대출액과 연체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지원단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 이달 23일에는 통일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이에 통일부 측은 “금융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7호에 해당하는 비공개 대상”이라며 비공개 결정통지서를 28일 취재기자에게 보냈습니다.

개성공단 개별 입주기업의 대출 정보는 사적 금융정보 보호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해명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전체 기업의 연체율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대출금이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된 점을 감안할 때 입주기업의 전체적인 대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입주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결국 세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자금 상황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이제라도 기업 지원 방안과 함께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손실 보전 대책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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