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너지]한국석유공사 “도약, 글로벌 50 앞으로”

  • 입력 2009년 7월 30일 02시 59분


하루 30만배럴 생산 ‘GREAT KNOC 3020’ 비전 세워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로 발돋움합시다.”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은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고,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소형 에너지회사에 불과하다. 세계의 국영 석유 업체들이 앞 다퉈 석유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국영석유회사도 대형화에 성공해야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강 사장의 표현은 충분히 세계적인 석유 회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석유공사는 최근 잇따라 해외 유전 개발 및 생산량 증대를 이뤄냈고, 최근에는 혁신을 위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 조직을 민첩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 석유공사의 변화

석유공사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석유개발 부문에서 2012년까지 하루에 30만 배럴 규모의 석유를 생산하고, 20억 배럴 분량의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겠다는 ‘GREAT KNOC 3020’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석유공사는 세계 50위권 수준의 중견 메이저 석유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석유를 찾아내는 석유 개발 사업의 활성화 △진행 중인 석유 사업 역량을 키우는 내부역량 강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비한 신규 사업 개발 및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이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이기에 세밀한 경영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 사장은 그래서 직접 ‘성과지표(KPI) 쇄신 및 목표 서명식’ 등 다양한 경영 전략을 업무에 적용시키고 있다.

KPI는 단순한 매출 실적을 얘기하는 실적 지표와는 달리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내용을 고려하는 지표다. 재무 실적은 물론, 기업이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켰으며, 내부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혁신해 왔고, 조직 내부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해 왔는지까지 평가한다.

강 사장은 석유공사의 단위 조직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149개 지표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19개 지표의 목표값을 상향 조정했으며 회사의 고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도 새롭게 발굴해 적용시켰다.

○ 전문가의 길, 관리자의 길

직원들의 발전을 위해 승진의 길도 두 갈래로 크게 나눴다. 석유공사는 업종의 특성상 관련 기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회사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대부분은 전문성을 키워주는 것과는 관계없이 일정 연차에 따라 관리자로 모든 직원을 승진시킨다.

석유공사도 이런 방식을 따라왔지만 최근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스페셜리스트(전문직) 트랙’과 ‘매니저(관리직) 트랙’을 도입해 기술력이 특히 요구되는 부문의 직원들에게는 전문가의 길을 걷게 한 것이다.

스페셜리스트 트랙을 걷는 직원들은 월등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게 하고, 관리자의 길을 걷는 직원들에게는 고위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구 기업들은 전문가 트랙을 걷는 직원들에게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고, 자기 발전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한다. 반면 관리자 트랙을 따르는 직원들에게는 전문가 트랙의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보수와 최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준다. 석유공사의 조직 개혁은 이런 방식을 따른 것이다.

또 석유공사는 새로운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연봉을 300% 이상 차등해 지급할 계획이다. 내부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노력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 석유공사 리더십

직원들만 변하라는 게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강 사장은 1년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 22개국을 돌며 73일을 보냈다. CEO가 가장 열심히 세일즈를 하고 현장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의 문의에 빠르게 대답하기 위해 손에서는 늘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를 떼어놓지 않았다.

매일 과장급 이하 직원 5명 정도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물론 임원급만 참석하던 경영간담회를 처·실장급에게도 확대해 목표의식을 넓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강 사장은 “석유공사 대형화는 국가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이며 국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석유공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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