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1000개의 의자가 있는 마을

  • 입력 2009년 7월 29일 06시 18분


제주 낙천리, 관광객 유치 위해 ‘의자 테마공원’ 조성

마을주민 외에는 몇 달이 지나도 방문객이 없는 오지 마을. 보리 재배 말고는 별다른 소득이 없어 희망을 잃어버린 마을. 그 마을에 나그네를 위한 의자 1000개가 만들어졌다.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길 바라는 마을주민의 염원이 담긴 의자. 그곳에 방문객이 하나둘씩 늘더니 어느새 제주지역 대표적인 농촌 테마마을로 변했다.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일명 ‘아홉굿 마을’로 불린다. 굿은 연못을 뜻하는 사투리이면서 좋은 일이 있다는 뜻도 품고 있다. 낙천리는 31일 오후 5시 마을 잔디밭에서 ‘낙천마을공원 선포식’을 연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자 테마마을로 만들어졌다.

지역주민들이 손수 만든 의자는 마을 곳곳에 자리 잡았다. 마을에 손님이 찾아오길 바라는 심정이 담겨 있다. 학생이 줄어 학교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어 침체된 마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2006년 머리를 맞댄 결과 얻은 결론이 ‘의자’.

누구나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하면 외부에서 방문객이 찾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였다. 높이 16m, 폭 5m의 초대형 의자를 비롯해 삼각퍼즐 의자, 소 여물통 의자, 둥근 의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의자가 탄생했다. 주민들의 염원은 현실이 됐다. 인적이 끊겼던 마을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지난해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 제주지역 걷기 코스인 ‘올레 길’이 마을을 지나면서 방문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관심을 끌기 위해 4월과 5월 누리꾼을 대상으로 의자 1000개의 닉네임을 공모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꽃 깔고 별 덮고’ ‘키 크는 의자’ ‘앉으면 편하리’ ‘춤추는 역마살’ 등의 이름이 선정됐다. 이번 공원 선포식은 닉네임을 의자에 새기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기념식도 겸한다.

이 마을은 농로(農路) 트레킹 코스 지도를 자체 제작했다. ‘명범이네 집’을 지나 연못낚시 체험장, 토마토하우스, 오이하우스 등을 거친다. 트레킹을 하면서 풀무, 보리음식, 농산물 수확, 천연염색, 아홉 연못, 마을 숲, 전통놀이, 닉네임 의자, 넉넉한 인심 등 아홉 가지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낙천리는 2003년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된 후 전통초가 체험, 풀무 재현, 연장방아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06년 제주시 선정 생태복원 우수마을, 2007년 환경부 선정 환경친화 생태마을이 됐다. 김만용 이장은 “농촌마을이 곧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특색 음식으로 내놓는 보리열무비빔밥, 보리수제비에는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든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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