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학자출신… 공정위 내부 “예상밖”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투명한 시장경쟁 질서 확립 최선”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공정위는 한국의 시장경제를 총괄하는 파수꾼”이라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투명한 시장경쟁 질서 확립 최선”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공정위는 한국의 시장경제를 총괄하는 파수꾼”이라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 공정위원장에 정호열 교수 내정

국내 손꼽히는 경쟁법 전문가
MB와 특별한 인연 없어
鄭내정자 “경제파수꾼 될 것”
규제완화 정책기조 유지할듯

28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서울대 법학박사(상사법) 출신으로 현재 한국경쟁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기업경쟁 법률과 제도에 정통한 학자다. 2007년부터 공정위 자문기구인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 현 정권과 맺은 유일한 연(緣)이다. 정 내정자도 2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학문 말고는 정치권이나 다른 분야로 ‘외도’한 적이 없다”며 자신도 이번 발탁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경력 때문에 공정위 안팎에선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 내정자는 그동안 거론됐던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명박 대통령과도 특별한 인연이 없어 그의 발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막판에 기류 변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는 서동원 부위원장과 강명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지난 주말까지는 서 부위원장의 내부 승진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 경험이 있는 데다 지난 1년간 백용호 전 위원장(현 국세청장)을 충실히 보좌해 무리 없이 공정위를 이끌어 왔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인사가 임박한 27일부터 의외의 인물이 기용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청와대 측은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 내정될 수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검찰총장 인사가 여러 측면에서 서로 엮여 있기 때문에 변수가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 출신인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낙점되면서 동향인 서 부위원장이 배제됐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 주변에서는 정 내정자가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정위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발탁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재산 문제가 정 내정자 발탁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각료들의 평균재산액을 올려놓는 인선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내부적으로 정해지면서 재산 형성의 적절성 여부와 상관없이 재산이 많은 후보들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얘기다.

정 내정자는 “오늘(28일) 아침에 청와대에서 최종 후보자로 포함됐다고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며 “오후 2시 반쯤 위원장으로 내정돼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 전문성 높지만 리더십은 의문

28일 공정위는 예상치 못한 인사의 배경과 정 내정자의 업무스타일을 파악하느라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공정위 직원들은 “전문성은 인정하지만 정통 학자 출신이 관료 조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 공무원들은 강철규, 권오승, 백용호 전 위원장 등 최근 거쳐간 3명의 위원장이 모두 학자 출신이어서 이번에는 내부 승진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관료 조직을 이끈 적이 없는 정 내정자가 초창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조직을 장악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내정자도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학내에서 연구조직을 이끌었고 학회의 수장으로도 일했다”며 “평교수가 어떤 퍼스낼리티를 갖고 조직을 이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조직 장악 능력에 대한 우려와 별도로 전문성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쟁법 전문가다. 공정거래 심의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분야에 특히 관심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 지난해 ‘공정거래의 날’ 행사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뒤에는 “공정거래법은 재벌규제법이 아니라 시장경제를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가 공정위의 새로운 수장이 되더라도 당장 공정위의 정책기조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경쟁법 전문가로 현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에 조언하면서 이미 공정위 업무를 상당 부분 파악했고 정책 방향에도 공감을 한 상태다. 따라서 서민과 중소기업 보호, 규제 완화라는 공정위의 정책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정 내정자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찬성하는 등 친(親)재벌 성향을 보였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정호열 내정자 주요 약력

△경북 영천(55) △경복고, 서울대 법대 △서울대 법대 대학원 석사, 박사(상사법)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한국경쟁법학회 회장 △성균관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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