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입학사정관제 100% 발언’ 논란 확산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청와대 “최종 목표가 100%라는 의미”
교육계 “대입 자율성 침해 소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밝힌 ‘임기 말 입학사정관제 100% 도입’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놓고 청와대 안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데다 교육계에선 대학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발언은 정책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가 100%라는 의미다. 이미 일부 대학은 면접만으로 전체 신입생을 뽑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2012년에 당장 신입생 전부를 입학사정관제 방식으로 선발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또 ‘속도 조절론’을 제시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에 대해 청와대가 격분했다는 일부 보도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언급이 단순히 정책의지 차원을 넘어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교육 개혁은 고교연계형 선발 방식과 교육과정 개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게 착근되려면 3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되면 대입 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대통령은 이를 통해 임기 말까지 대부분 신입생을 이 방식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석 논란과는 별도로 교육계는 모든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일색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놓고 걱정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계량화된 성적만으론 잠재력이나 소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학생을 찾아내기 위한 제도다. 성적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 발언처럼 논술이나 시험을 없애고 면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의 본질이 아니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 정원을 대폭 늘린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고 해서 수능이나 내신 성적을 안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모든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도록 할 경우 대학의 입시자율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밝힌 2011학년도 입시안은 대학이 모집단위, 계열별 특성에 따라 논술이나 특성에 맞는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에 따라선 수능이나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성적이 학생의 소질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보는 곳도 있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면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라고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다는 게 대학가의 지적이다. 만에 하나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할 경우 지난 정부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놓고 정부와 주요 대학이 정면충돌했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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