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슈퍼마켓 저지 전국 확산되나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중소기업청 일시정지 권고… 11곳서 사업조정 신청
규제 놓고 “소비자에 도움”-“지역상권 보호” 대립

27일 중소기업청이 인천 부평구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처음으로 사업 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함에 따라 정부의 대기업 슈퍼마켓(SSM) 규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SM 개점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지역 중소상인들이 28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안양, 충북 청주 등 11곳에서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내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중기청은 △SSM 출점 과정에 ‘등록제’를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세부적인 등록요건을 정하도록 하며 △등록요건에 ‘지역협력 사업계획’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청 김형영 소상공인정책과장은 “법이 개정되면 지자체 등이 지역협력 사업계획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지역상인과 대기업의 입장이 서로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지역협력 사업계획의 예로 △지역민 의무 고용 △지역특산물 의무 구매 △지역 소매업체 판매교육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등록요건인 지역협력 사업계획 규정이 모호해 자칫 허가제보다 더 엄격한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남서울대 원종문 교수(국제경영학부)는 “등록제로 진입시기가 늦춰지면 대형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차라리 허가제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 규제를 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효용과 유통업 발전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대형 유통업체는 SSM이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 유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정부는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를 시행했지만 2007년 이를 폐지한 바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SSM 진입을 막으면 국내 유통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의 SSM 진출이 지역상권 붕괴는 물론 ‘과잉경쟁’과 ‘규모의 경제 실패’로 이어져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원 교수는 “50∼100평 정도의 작은 면적으로는 여러 곳에 분산된 SSM들의 물류비 등을 충당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SSM 진출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SSM에 대한 허가제처럼 비교적 강한 규제가 도입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협정 위반으로 외국 업체들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WTO는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의 접근성’ 차원에서 점포 수나 영업시간 제한 등 양적 규제를 각국 정부가 임의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드물지만 긴급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 규제가 가능하며, 국내 유통시장에서 홈플러스를 제외하고 까르푸, 월마트 등 상당수 외국 업체들이 이미 철수해 제소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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