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 경영’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박삼구-박찬구 회장 동반퇴진… 그룹회장에 박찬법 부회장 추대

재계 서열 8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64)과 화학부문 박찬구 회장(61) 등 오너 형제가 경영 일선에서 함께 물러난다.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64)이 새 그룹 회장으로 추대돼 금호아시아나는 ‘형제 경영’의 전통을 깨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박삼구 그룹 회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그룹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2선으로 물러나고 박찬구 회장도 동반 퇴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열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박찬구 회장의 해임 건의는 박삼구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과 4남이다. 이날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박찬법 항공부문 부회장은 과장으로 입사해 그룹에서 40년 넘게 일한 전문경영인이다.

갑작스러운 박삼구 박찬구 형제 회장의 동반 퇴진으로 대우건설 매각 등 현재 진행 중인 그룹 구조조정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형제가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그룹 경영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박찬구 회장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박찬구 회장이 4형제의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등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 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며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늘려 대주주 지분 균등 비율을 깨뜨렸다.

박삼구 회장은 “내가 유고 시에는 그룹 내의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 있는 인사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기로 한 선대 회장들과의 약속에 따라 박찬법 부회장을 5대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며 “아무나 형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