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떼면…” 3분기 경기회복 후 재침체 ‘더블딥’ 공포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정부, 출구전략 안쓴다지만 재정지출 여력은 바닥
민간투자-소비 부진 지속땐 성장 0%대 추락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시기상조”라며 확장적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재정지출 여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더블딥(Double Dip·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분기(4∼6월)에 전기 대비 2.3%를 나타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에는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상반기에는 재정지출을 집중한 덕택에 가까스로 경기를 지탱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민간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1%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출구전략 유보 방침은 이미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회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추가로 돈을 푸는 것은 재정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경기회복세 유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정부의 딜레마다. 우선 정부가 하반기에 쓸 수 있는 예산(90조6000억 원)은 올해 본예산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기에는 희망근로사업 등 예정된 일정에 따라 예산을 투입할 뿐 추가 공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채무가 GDP의 35.6%로 치솟은 상태여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과 소비 진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재정정책 수단이 사라지고, 민간투자 위축과 소비부진 지속 등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다면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제상황이 올해 초 예상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대규모 재정투입에 따른 착시(錯視) 현상일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한 ‘고용과 설비투자 없는 성장’의 후유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재정지출이라는 ‘링거’를 맞지 않고도 회복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만든 일시적인 일자리를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 흡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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