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好!∼ 야구장에 부는 女風… 女風…

야구장에 ‘여풍’이 불고 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여성 팬들이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위). 롯데를 응원하는 여성 팬이 만들어 온 응원 피켓에서 선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가운데). LG여성 팬은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요즘 야구장은 화사하다. ‘여풍(女風)’이 분다.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이후 많은 여성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야구장은 여성 팬의 야구 사랑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자,야구가 좋다
WBC 계기 여성팬 부쩍 “소리치면 스트레스도 확∼”

올 시즌 야구장에 여성 팬이 많아진 것은 WBC를 통해 많은 선수가 국민 스타로 떠오른 덕분이다. 김태균(한화), 김현수(두산), 봉중근(LG), 이용규(KIA) 등 스타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여성 팬들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은혜 씨(22)는 경기 내내 응원곡에 맞춰 귀엽고, 때론 섹시하게 춤을 췄다. 그는 “처음에는 WBC 일본전에서 호투한 봉중근 선수가 좋아 야구장에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여성 팬들이 야구장에서 느끼는 재미는 남성 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민 씨(19)는 “야구는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 때문에 지겹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WBC를 통해 생각이 달라졌다”며 “9회 투아웃에도 역전이 가능한 야구는 인생과 닮은 것 같다”고 전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맘껏 소리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야구장의 매력”이라고 했다.

야구,여자가 좋다
이벤트마다 플래시 집중 “팬층 확대에 긍정적 효과”

야구장에는 하프 타임 때 전광판에 잡힌 관중에게 ‘포옹’ ‘키스’ ‘댄스’ ‘엉덩이로 이름 쓰기’ 등을 시키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광란의 춤이나 엉덩이로 이름을 쓰는 주인공은 대부분 여성이다. 현장 카메라는 여성 팬들에게 집중된다. 8개 구단 관계자들은 여성 팬이 증가한 것이 팬층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

한껏 멋을 낸 여성 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채롭다. 야구장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적지 않다. 야구 유니폼은 다른 종목 유니폼에 비해 여성의 몸매 라인을 돋보이게 한다. 잠실야구장 스포츠용품점의 한 점원은 “여자 팬이 늘면서 날씬한 여성 몸에 맞는 어린이용 7호 유니폼 판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여성 팬들은 남성에 비해 훨씬 열광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형형색색의 피켓을 준비해 응원한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진을 치고 기다린다. 이런 여성 팬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분위기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야구장 문화도 늘어나는 여성 팬을 맞아 진화하고 있다. 강병욱 LG 응원단장은 “여성 관객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을 배려한 귀여운 응원 동작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퀸스 데이’를 정해 여성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야구장과 여성의 절묘한 조합이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유림 인턴기자 고려대 국문학과 4학년

최준호 인턴기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