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여준상]스타일을 판 스타벅스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스타벅스의 매출이 한국 진출 10년 만에 20배로 성장하고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도 그새 5배로 커졌다고 한다. 미국에서 나타났던 스타벅스 효과(한 브랜드의 성공으로 시장 전체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가 한국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스타벅스의 시장 개척 성공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기업은 총체적 경험을 팔아야 한다. 고객은 매장에 와서 제품만 사가는 것이 아니다. 매장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스타일, 스토리를 함께 느끼고 사간다. 마음에 들면 고객 스스로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스타벅스가 별다른 광고 없이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배경에는 독특한 매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입소문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제품만 잘 팔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방 속도가 빨라지고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제품만으로 차별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제품 외에 추가적 경험 요소를 잘 만들어 차별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 제품이 팔리는 공간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경험한다면 고객은 기꺼이 추가 요금을 지불할 것이다.

둘째, 한 가지 감각 자극으로 승부하기보다 공감각 자극을 활용해 긍정적 왜곡을 일으켜야 한다. 공감각적 왜곡은 원래의 감각이 다른 감각에 의해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똑같은 스타벅스 커피인데 마시는 잔을 달리하였더니 마시는 사람이 커피 맛을 다르게 지각했다는 실험 결과가 예다. 우리가 느끼는 스타벅스 커피 맛에는, 매장의 인테리어나 전반적 분위기, 음악, 향기, 촉감 등이 개입돼 있다. 만약 스타벅스 커피를 다른 장소에서 마시거나,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거나, 다른 질감의 컵으로 마시거나, 다른 의자에 앉아 마시면 맛이 어떻게 느껴질까.

이러한 공감각적 왜곡을 시도하는 사례는 또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은 일찌감치 햅틱(촉감) 기술을 오디오에 적용했다. 음향기기 브랜드이니 청각적 자극이 본연의 자극이다. 다른 기업이 청각 자극에만 몰두할 때 뱅앤올룹슨은 오디오의 버튼마다 미세한 떨림의 촉각 자극 기술을 적용했다. 똑같은 음악이라도 독특한 햅틱 자극과 함께 듣게 되면 더 좋은 음질로 느껴지는 데서 착안했다. 좋은 소리만 팔면 되는 오디오 회사가 독특한 촉감까지 파는 발상의 전환에서 세계적 명품 오디오 브랜드가 탄생했다.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스타일’을 판 것처럼 뱅앤올룹슨도 오디오라는 제품이 아니라 ‘B&O 스타일’을 판 것이다.

유럽에 평소 하우스와인 맛이 좋기로 유명한 바가 있었는데 갑자기 손님이 줄었다. 알고 보니 매장 내 음악이 원인이었다. 평소 흘러나오던 프랑스 음악을 독일 음악으로 바꿨더니 똑같은 하우스와인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청각에 의한 미각 왜곡’을 경험했던 것이다. 스테이크 맛으로 유명한 한 레스토랑은 평소 매장 전체에 뿌리던 레몬향을 직원의 실수로 뿌리지 않았더니 고기 맛에 대한 불평이 늘어나 매출이 줄었다는 일화도 있다. 후각이 미각을 왜곡시킨 예다.

성공하는 제품의 이면에는 공감각적 자극이 자리 잡고 있다. 제품 본연의 한 가지 감각 자극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감각 자극을 개발해 공감각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경험이 그만큼 풍부해지면서 브랜드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느끼게 된다. 우리 기업도 본연의 제품을 잘 만드는 데서 나아가 다차원적 감각 자극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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