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TV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1분기 글로벌 점유율 32%

LG TV 판매량의 46% 차지

‘배불뚝이 TV, 아직은 건재하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TV와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전체 TV 10대 중 3대는 일명 ‘배불뚝이 TV’로 불리는 브라운관(CRT) TV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시장조사전문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TV 시장에서 브라운관 TV는 총 1368만9800대가 팔려 전체 TV 시장의 31.6%를 차지했다.

특히 LG전자는 1분기 전체 브라운관 TV 시장을 23.6% 점유해 세계 브라운관 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또 1분기 LG전자의 전체 TV 중 브라운관 TV가 차지하는 비중도 46.0%로 LCD TV(45.4%)를 웃돌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브라운관 TV 판매 대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브라운관 TV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만큼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브라운관 TV 시장을 잘 관리하면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이 나중에 소득수준이 높아져 LCD TV로 갈아탈 때 LG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평판TV 바람이 거센 가운데서도 브라운관 TV가 아직 버텨내는 데는 ‘세컨드 TV’에 대한 수요도 한몫하고 있다. 거실용 TV는 LCD TV를 구매해도 자녀 방 등에 놓을 별도의 TV를 살 때는 브라운관 TV를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TV 시장이 LCD TV 위주로 재편되는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TV 시장 중 LCD TV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5.8%(2113만6100대)에서 올해 1분기 61.8%(2674만9100대)로 크게 늘었다.

LG전자를 제외한 다른 전자업계의 LCD TV 생산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1분기 세계 브라운관 TV 점유율 2위(12.3%)를 차지한 삼성전자조차 브라운관 TV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4.0%에서 올해 1분기 22.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LCD TV 비중은 57.0%에서 67.8%로 높아졌다. 1분기 일본 소니의 LCD TV와 브라운관 TV 판매 비중은 각각 98.0%, 2.0%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CD TV 가격이 최근 2년 새 절반으로 떨어진 데다 얇고 큰 화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세계 LCD TV 판매 비중이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브라운관 TV 판매 비중을 추월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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