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강국 日, 그린산업 추락하는 이유는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①부처 기싸움 ②벤처 외면 ③투자 소홀

한국 벤처캐피털 규모는 日보다 더 열악

녹색산업 육성, 정부-기업 손발 맞아야

일본이 공들여 쌓아올린 ‘환경 강국’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8일 ‘일본의 환경대국 진입을 가로막는 3대 복병’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일본의 녹색경쟁력 후퇴 요인으로 지적된 것 가운데는 우리나라에 해당되는 것들도 적지 않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최근 1994년 이후 10년간의 각국 온실가스 삭감 노력을 평가한 ‘온난화 대책 평가’ 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여기서 일본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체 70개 나라 가운데 62위로 최하위권에 처졌다. 1990년 배출량 대비 6%를 삭감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약속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도 최근 몇 년간 1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녹색경쟁력은 산업제품 분야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였던 일본의 태양광산업은 2007년 일본 샤프사(社)가 독일기업 큐셀(Q-cell)에 태양전지 생산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다. 2008년 상황은 더 나빠졌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 중국 기업에도 밀려 세계 4위 태양전지 생산기업으로 추락했다.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도 세계 시장에서는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장거리 고속주행이 많은 서구에서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보다 클린 디젤차가 더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최근 미국이나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은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건너뛰고 전기차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본의 녹색 입지가 이처럼 좁아진 데에는 3가지 요인이 주요하게 꼽힌다. 첫째로는 녹색목표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부처 간 기 싸움으로 정책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저탄소혁명’이 경제산업성의 일방적인 주도로 추진되자 환경성을 비롯한 관련 핵심 부처들이 질세라 중복 정책을 내놓으면서 혼란과 비효율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따로 도는 등 각자가 관련 부처의 녹색전략 추진 상황을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녹색 신사업이 대기업에 쏠리면서 벤처기업을 통한 신기술 개발이 미미했던 것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다. 일본은 현재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대기업 주도로 추진됐다. 반면 지난해 미국의 벤처캐피털(VC) 규모는 일본의 36배 수준이었을 정도로 미국 등 서구에서는 대기업 기술과 함께 벤처 기술에 대한 투자도 활발했다. 국내 VC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VC 규모는 미국의 40분의 1 수준으로 일본보다 더 열악하다”며 “그나마도 정보기술(IT) 분야나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제조업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녹색경쟁력이 약화된 데엔 ‘잃어버린 10년’ 동안 녹색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한몫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붓고 있는 나라들과 경쟁하려면 정부 투자뿐 아니라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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